여당 100석 이하 땐 국정 동력 상실…원내 1당일 경우 정책 추진 탄력
지난해 12월 12일 예비후보 등록으로 시작된 120일간의 총선 대장정이 10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집권 3년 차를 맞는 윤석열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을 띠고 있는 이번 22대 총선은 여당인 국민의힘이 어느 정도의 의석수를 차지하는지에 따라 정부의 국정 운영 동력과 방향이 결정될 전망이다.
22대 총선은 10일 오전 6시 전국 254개 선거구 1만4259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여야의 자체 판세분석과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인 '블랙아웃' 이전 여론조사 추이 등을 종합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정당투표를 통한 비례대표 의석과 경합 지역의 선전 등에 따라 '110∼130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식적으로는 '지역구 110석 우세'라는 판세 전망을 고수하고 있지만, 비례 의석과 경합지 성적을 더하면 '120∼151석+α'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이번 총선은 윤 대통령의 취임 2주년을 한 달 앞둔 시점에 실시되는 만큼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의 성격이 강하다. 2022년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2년간 '여소야대' 국면이 이어진 상황에서 22대 총선 결과에 따라 정부의 국정 운영 동력과 방향이 결정될 전망이다.
그동안 여소야대의 불리한 구도 속에서 정부가 내세웠던 각종 정책들은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은 지난해 양곡관리법 개정안, 간호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 데 이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과 '방송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 등 이른바 '방송3법' 등을 통해 윤 대통령을 압박해왔다. 이에 윤 대통령은 총 5차례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9개의 법안을 국회로 돌려보내며 '강대강' 대치가 이어졌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지난 총선 의석수(103석)보다 적은 100석 이하의 의석을 얻을 경우엔 야당이 입법 권한을 장악해 사실상 정부·여당이 국정 동력을 잃게 된다. 우선,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이 무력화된다.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할 경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다시 의결할 수 있다. 재의결된 법안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야당이 예고한 김건희 특검법·이태원 특검법·채상병 특검법 등 대통령을 겨냥한 특검 발동이 가능해져 이른바 '특검 정국'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대통령 탄핵소추안도 단독으로 통과시킬 수 있어 야권이 대통령 탄핵을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당이 야권의 과반 의석(151석)을 막는 데 실패할 경우에도 정부·여당의 입지는 지금보다도 약화된다. 야권은 21대 국회에서처럼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등을 통해 입법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면서 한편으론 특검과 국정조사를 추진하며 정부·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측된다.
또 정부 예산안을 비롯한 각종 법안이나 임명동의안 통과를 막을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윤 대통령은 야권의 동의 없이 국무총리·헌법재판관·대법관 등을 임명할 수 없다.
반대로 여당이 원내 1당을 차지하게 되면 정부는 이를 발판삼아 그동안 여소야대로 인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던 의료·교육·노동·연금 등 4대 개혁 과제와 정책 추진 등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특히, 여당이 과반 의석을 달성할 경우엔 여당이 단독으로 법안과 예산안 등을 통과시킬 수 있게 되고, 180석을 넘어설 땐 법률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할 수 있어 입법 드라이브도 속도를 낼 수 있게 된다. 그동안 민생토론회 등에서 제시했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와 다주택자 중과세 철폐,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 등 민생 정책 추진도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