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심 숨기려 "볼로 인식했다고 하세요"…심판 작당 모의 마이크에 그대로

입력 2024-04-15 06:51수정 2024-04-16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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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삼성라이온즈)

경쟁 중인 두 야구팀과 팬들, 그리고 기계까지 속이려 한 심판진의 작당 모의가 TV 중계 마이크를 통해 그대로 노출됐다.

14일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가 맞붙은 프로야구 대구 경기에서 역대급 논란 장면이 나왔다.

NC가 1-0으로 앞선 3회말 2사 1루, 삼성 이재현의 타석에서 NC 선발 이재학의 2구째 직구에 주심은 '볼'을 외쳤다. 하지만 중계화면을 통해 본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은 이 공을 보더라인 바깥쪽에 걸친 스트라이크라고 판독했다.

올해 KBO가 도입한 ABS는, 기계가 '스트라이크·볼'을 판정하고, '인이어'를 낀 주심에게 결과를 전달한다. ABS가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정하지만, 최종 발표(콜)는 주심이 한다.

경기 중 선수단이 더그아웃에서 실시간으로 ABS 판정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각 구단에 태블릿 PC를 1개씩 제공했다. 구단은 ABS의 판독을 심판의 음성보다 몇 분 늦게 파악할 수 있었다. 이재학이 공 3개를 더 던진 후에 주심이 '볼'이라고 외친 '2구째 공'을 ABS는 '스트라이크'라고 판정했다는 걸 파악한 NC 측은 항의에 나섰다.

확인 결과 ABS는 이재학의 2구를 스트라이크로 파악했고, KBO ABS 상황실 근무자도 기계의 '스트라이크 콜'을 들었다.

그러자 주심, 심판 조장, 3루심이 모여 NC의 항의를 받아들일지 여부를 논의했는데, 이들 대화가 고스란히 중계 마이크를 통해 전달됐다. 1루심이던 이민호 심판조 조장은 문승훈 주심에게 "볼로 인식했다고 들으세요. 아셨죠. 이거는. 우리가 빠져나갈 방법은 이것밖에 없는 거야. 음성은 볼이야"라고 말했다. 문 주심이 "지직거리고 볼 같았다"라고 말하자, 이 심판 조장은 "같았다가 아니라 볼이라고 나왔다고 그렇게 하시라고. 우리가 안 깨지려면"이라고 했다. 실수를 덮으려는 작당 모의였다.

이후 이 심판 조장은 장내 마이크를 잡고 "음성이 볼로 전달됐는데, ABS 모니터상에는 스트라이크로 확인됐다"라며 "규정상 다음 투구가 이뤄지기 전에 항의해야 하는데 항의 시효가 이미 지나 그대로 경기를 진행한다"라고 밝혔다. 결국,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았고, 이를 지켜본 모든 이들을 숨긴 것이다.

이재학은 결국 이재현을 삼진 대신 6구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내보냈고 구자욱에게 2루타, 맥키넌에게 2타점 2적시타를 허용했다. 팀의 승부를 가른 오심이었다.

이 장면을 지켜본 팬들은 "이것 또한 승부조작이다", "심판이 승부조작을 해도 되는 건가?", "야구 선수는 승부조작을 하면 퇴출인데 심판은 어떤 조처를 받을지 지켜보겠다"라며 거센 비난을 보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대구 심판진에 경위서를 요청했다. 피해자가 된 NC 구단도 KBO에 유선과 공문으로 항의했다. NC 구단 관계자는 "14일 삼성과 대구 경기 판정에 대해 1차로 KBO에 유선으로 강력히 항의했다. 이후 KBO에 '해당 내용에 대한 사과와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는 공문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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