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국적 아동 인권 사각지대…범죄노출 가능성 ↑
국내에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미등록 외국인 아동이 5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부모가 없는 고아 또는 부모가 한국인인 아동은 부모가 직접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도 현행법에 따라 지자체장이 직권으로 신고할 수 있다. 하지만 법 테두리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미등록 외국인 아동은 ‘존재하지 않는 아이’로 살아가야 한다.
정부는 출생신고 없이 임시 신생아번호만 부여받은 아동 수를 토대로 미등록 외국인 아동 수를 추정하고 있다. 임시 신생아번호는 출생신고(1개월 이내) 전에 시행하는 예방접종 등록 및 비용 상환을 위해 사용되는 임시번호다. 병원이 필수의무접종을 하고 질병관리청에 신고하면 그때 임시 신생아번호가 부여된다.
16일 감사원의 '2023 보건복지부 정기감사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임시 신생아번호로만 존재하는 아동(0~7세) 6179명 중 보호자가 내국인인 아동은 2154명, 보호자가 외국인인 아동은 4025명으로 나타났다. 법무부도 2022년 기준 19세 이하 미등록 이주 아동 수를 5078명으로 계산하고 있다.
병원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예방 접종 등을 이유로 임시 신생아번호가 부여되지만 병원 밖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그 번호조차 받지 못한다. 결국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외국인 아동은 5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미등록 외국인 아이들도 현재 국내에서 정규 교육을 받을 수는 있다. 인권 사각지대 보편적 아동 권리를 보장해주자는 차원이다. 2022년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등록 번호 없이 학적을 생성해 초~고교에 재학 중인 학생은 3000여 명으로 집계됐다. 앞으로 국내 체류 외국인 증가 추세에 맞춰 출생 미등록 아동 수도 함께 늘어날 수도 있다.
이렇게 미등록 외국인 아동들은 기본적인 인권도 보장받지 못한 채 살아간다. 보육·의료 서비스도 받기 어렵다. 성인이 돼서도 대포통장이나 대포폰을 이용해야 하고 해외 출국, 혼인신고, 사망신고 모두 불가하다. 그 과정에서 학대와 노동력 착취, 매매 등 위험에 노출되기도 한다.
부모가 한국인 경우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출생사실 통보제’에 따라 출생신고를 받을 수 있다. 의료기관(산부인과 등)의 장이 출생정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하고, 평가원은 관할 지자체장에게 그 사실을 통보하면 지자체장은 신고 여부를 확인하고 직권으로 신고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법의 대상은 ‘국민’으로 한정된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내국인도 외국인도 아닌 '무국적 유령 아동'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