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TF 시장 규모 크지 않아…현지인 공식적으로 구매 불가능"
"미국 투자자 수요 적지 않을 것…중국 큰손 유입 가능성 낙관"
홍콩이 아시아 최초로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하면서 이들 상품의 시장 영향력에 대한 전문가 전망이 여럿 나오고 있다. 5억 달러도 행운이라는 다소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보수적으로도 100억 달러의 유입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16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전날인 15일 승인된 홍콩의 비트코인,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향후 자금 유입 규모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15일(현지시각) 블룸버그의 ETF 전문 애널리스트인 에릭 발추나스는 홍콩 가상자산 ETF를 두고, “많은 유입을 기대하지 말라”면서 “5억 달러 유입도 행운이며, 250억 달러 유입 예상은 허무맹랑하다”고 말했다. 또한, 5억 달러 자금 유입은 이더리움 현물 ETF에 대한 유입도 포함한 수치라고 밝혀 이더리움 현물 ETF의 영향력도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렇게 전망한 이유로 시장 규모와 중국 현지 자금의 실제 진입 여부, 시장 효율성 등을 꼽았다. 그는 “홍콩 ETF 시장 규모는 500억 달러에 불과하며, 중국 현지인은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이 ETF를 구매할 수 없다”면서 “홍콩에서 승인된 3곳의 발행사는 블랙록에 비하면 규모가 너무 작다”고 꼬집었다. 이어 “또 자본시장 전반의 유동성과 효율성이 떨어져, 이는 ETF의 스프레드와 프리미엄 디스카운트를 심화할 수 있고, 수수료 역시 미국 자산 운용사들 대비해 높은 1%~2% 수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발추나스는 미국 외 국가들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및 출시가 늘어나는 것은 비트코인에 분명 긍정적이지만, 미국 시장과의 비교는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최소 100억 달러가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정석문 프레스토 리서치센터장 “홍콩 비트코인 현물 ETF는 보수적으로 추정해도 상장 후 첫 12개월 동안 100억~200억 달러의 자금이 유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정 센터장은 홍콩 ETF가 미국 ETF 투자자들의 24시간 유동성에 대한 수요와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글로벌 통화 자산에 대한 중국 투자자들의 강한 선호를 충족해 성공할 것으로 봤다. 홍콩이 최근 가상자산 관련 활동을 금지한 중국과 다른 정책 기조를 이어오고 있고, 코로나19 시기 동안 경쟁국에 밀린 경제 회복을 위해 가상자산의 도입을 핵심 요소로 삼은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했다.
또한 정 센터장은 홍콩의 현물 ETF의 차별점으로 현물 환매 가능 여부를 꼽았다. 그는 “ETF를 현금으로만 교환할 수 있는 미국의 비트코인 ETF와 달리, 홍콩에서는 비트코인을 ETF로 직접 교환할 수 있다”면서 “이런 현물 환매 방식은 현금 환매보다 절차가 단순해 세금과 거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15일 홍콩 규제 당국의 승인 소식과 함께 6만6000 달러를 잠시 회복했던 비트코인은 16일 오후 3시 기준 24시간 전보다 약 3.8% 하락하며, 6만3000 달러 선이 무너졌다. 같은 기간 역시 100달러 이상 상승하며 3200달러를 넘어섰던 이더리움 역시 현재 3063달러로 24시간 전보다 3.3% 가량 하락한 모습이다.
이는 아직 홍콩에서 비트코인, 이더리움 현물 ETF가 실제로 출시된 것은 아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에릭 발추나스에 따르면 홍콩 가상자산 현물 ETF는 승인됐을 뿐 아직 출시하진 않았다. 그는 “(홍콩 가상자산 ETF는) 18일부터 20일까지 두바이에서 진행되는 ‘토큰 2049 컨퍼런스’와 시기적으로 겹치지 않기 위해 다음 주에 출시될 것이라는 루머가 존재한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홍콩 가상자산 ETF의 영향은 이번 주가 지나야 서서히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