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에서 민간 참여를 늘리고 사업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안으로 '용적률 상향'이 거론되지만 기준 없는 상향 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공사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사업성 확대에는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대한건축학회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건축센터에서 각 분야 전문가와 관계자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노후계획도시 전문가 집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제발표와 토론에서는 노후계획도시를 포함한 도시정비사업에서 사업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활용되는 용적률 상한 방안의 맹점에 의견이 모였다.
용적률을 높이는 것은 도시정비사업에서 자주 활용되는 방식이다. 용적률을 높여 고층 아파트를 짓고, 일반분양 물량을 늘리면 분양 수익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조합원 역시 분담금을 줄일 수 있어 시공사나 조합원 모두 선호하는 방안이다. 2022년 입주를 시작한 경기도 수원시 '화서역 파크푸르지오', 2017년 입주를 시작한 용인 수지구 'e편한세상수지'는 각각 용적률 499%, 443%가 적용됐다.
정부 역시 최근 노후계획도시특별법 적용대상 지역에 용적률을 법적 상한의 150%까지 높일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했다. 현재 주거지역 용적률 상한선은 200~300%, 준주거지역은 500%다. 상한선을 150% 높이면 주거지역은 450%까지, 준주거지역은 750%까지 용적률을 올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달랐다. '노후계획도시 재정비 사업의 이슈와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표한 이윤홍 한양대 겸임교수는 "공사비가 계속 오르고 있는데 용적률 인센티브만으로 사업성을 확보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공사비가 평당 1000만 원까지 올랐고, 안전 기준이 강화돼 공사비는 앞으로도 더 오를 수밖에 없을 뿐더러, 용적률을 올려 층수가 높아지는 만큼 공사비는 따라서 더 오르게 된다"고 말했다.
김준형 명지대 교수 역시 "용적률은 정비사업지 전체 주택 수요를 보고 결정해야 한다"며 "사업성만 보고 용적률을 높였을 경우 공급과잉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인근 지역의 주택 수요를 개발사업지에 몰아 용적률을 높인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해당 지역에 혜택을 줘야 하는 이유를 설득하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지역별로 무분별한 용적률 상향 경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용적률은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고 있어, 지역별로 그 기준이 다르다. 송하엽 중앙대 교수는 "지역을 보면 이미 기준용적률이 180%, 200%가 넘는 곳도 있다"며 "노후계획도시 사업지에 기준용적률을 상향할 수 있도록 하기 시작하면 지역별로 서로 기준용적률을 높이자는 이야기가 '수건 돌리기'처럼 경쟁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