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자] 책을 읽지 않는 사회

입력 2024-04-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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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언론에서 독서의 가치를 되새기며 독서캠페인을 경쟁적으로 다루던 시절이 있었다. 어느 순간 그마저 시들해지나 싶더니 요즘은 독서를 권하는 분위기조차 사그러든 느낌이다.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까지 지하철에서 일간지 또는 책을 읽는 풍경이 어색하지 않았으나 이제는 모두가 스마트폰만 쳐다보는 모습이 일상이 되고 있다. 전공서적을 들고 다니던 대학생의 모습도 사라진 지 오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놓은 가장 최신 데이터인 2021년 국민독서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국민 성인독서율은 종이서적, 전자책, 오디오북을 합쳐 47.5%밖에 되지 않는다. 2019년 기록한 55.7%보다 8.2% 하락한 수치다. 도서출판계 및 교육자들 사이에서는 2024년 국민 성인독서율은 40%에도 육박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문해력 하락, 비판적 사고력 약화 불러

독서와 출판문화 경시가 심각한 이유는 국민 전체적으로 문해력이 떨어지고 문해력이 하락하면 비판적 사고력이 약화된다는 데 있다. 비판적 사고력이 약화되면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지역별, 세대별 갈라치기 등 프레임 공략에 집중하고 영상콘텐츠 분야는 자극적인 콘텐츠와 숏폼 콘텐츠로 중독 현상을 유발하는 데 주력한다.

문체부는 올해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 중소출판사 창작지원, 지역서점 문화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책을 멀리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일상이 되다 보니 투입 대비 성과가 곧바로 나지 않는 출판 관련 예산이 모조리 잘려나갔다. 이미 다수의 언론뿐 아니라 주간지, 월간지는 지면보다 온라인 영상, 유튜브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아이러니컬한 건, 독서하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해질수록 기업에선 창의적 인재를 찾기 위해 책을 많이 읽은 지원자를 찾고 있다는 점이다. 유튜브가 2021년 1분 이내 영상을 볼 수 있는 숏폼 플랫폼인 ‘쇼츠’를 내놓은 후 MZ세대를 중심으로 영상중독 현상이 나타나며 비판적 사고, 문해력이 하락하는 것과 맞물린 기현상이다.

책을 읽는 것이 정말 필요한지 또 중요한지 질문하는 이들이 많다. 이와 관련하여 2010년 ‘Teaching of Psychology(교수법 심리학)’ 학술지에 논문 한 편이 게재되었다. 해당 논문에서 연구자는 집단을 두 개로 분류, 과학기사를 각각 나눠준 후 한 집단은 기사를 읽게 했고 다른 집단은 기사를 듣게 한 후 시험을 진행했다.

결과는 어떻게 나타났을까? 기사를 들은 집단의 시험 점수는 60점 미만에 그쳤고 기사를 직접 읽은 집단은 평균 80점을 초과하는 성적을 거두었다. 세계적인 조직심리학자 애덤 그랜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듣기는 직관적인 사고를 촉진하지만 읽기는 분석적인 과정을 형성하기에 비판적 사고력을 확장한다고 설명했다.

독서 소홀하면 분석력·창의력 떨어져

책을 멀리한다는 건 문자를 기피하고 영상을 가까이 한다는 뜻이다. 영상 정보가 넘쳐나며 가짜뉴스가 온라인을 뒤덮고 있고 편 가르기 등 갈라치기는 더 심해지고 있다. 영상콘텐츠는 내가 보고 싶고 듣고 싶은 정보만 선택해서 듣기에 비판적 사고력과 논리적 사고력이 점점 하락할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 독서가 필요한 이유다.

역설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미디어콘텐츠기업은 최근 면접에서 지원자에게 독서량,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서적 등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지원자의 창의력이 떨어지기에 학교 현장에서라도 독서를 통해 문해력을 키워달라고 기업 임원들은 하소연한다. 가벼운 책이라도 시작해보자. 책을 읽는 이만이 더 좋은 내일을 꿈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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