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5000억 달러 밑돌기도
전체 인력 10% 이상 감원에 불안 고조
인도량 감소·마진 악화 등 복합적 위기
미국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가 성장 둔화의 덫에 걸렸다. 대규모 감원에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는 불안이 커지면서 주가가 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16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테슬라 주가는 전날 5.6% 하락한 데 이어 이날도 2.7% 미끄러진 157.11달러(약 21만7600원)에 마감했다. 이는 2021년 11월 도달한 최고점 대비 약 60% 낮은 수준이자 지난해 4월 이후 최저치다. 지난해 말 7900억 달러에 가까웠던 시가총액은 장중 5000억 달러를 밑돌기도 했다.
1분기 주가 하락 폭은 29%에 달한다. 이는 2022년 4분기 이후 최악이자 2010년 뉴욕증시 상장 이래 세 번째로 부진한 성적이다. 이날까지 테슬라 주가는 올들어 약 37% 하락했다.
전날 테슬라는 비용 절감을 위한 대규모 인력 감축 소식을 전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전 세계 인력의 10% 이상을 감원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며 “내가 이보다 더 싫어하는 일은 없지만,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테슬라는 2018년에도 전체 직원의 9%를 해고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지금과 달랐다. 당시는 비용 절감 및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에 주가가 3% 이상 올랐다. 2022년에도 정규직 직원의 약 10%를 해고한다는 소식에 주가가 9%대 급락했지만, 머스크 CEO가 “정규직 직원 수는 줄지만, 비정규직은 늘어 전체 직원 수는 비슷할 것”이라고 해명하자 금방 회복했다.
자산관리사 딥워터의 더그 클린턴 파트너는 “테슬라의 상황이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쯤 지난 몇 분기 동안의 전기차 수요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지금 테슬라가 저가형 전기차 ‘모델 2’를 만들지 자율주행 기술인 ‘풀 셀프 드라이빙(FSD·Full Self-Driving)’의 가격을 낮추던지 이를 극복할 해법에 나설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머스크 CEO의 예측 불가능한 행동들도 테슬라에는 악재다.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를 소유하고 있는 그는 2022년 인수 과정에서의 증권법 및 공시 의무 위반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또 머스크는 우주 기업 스페이스X와 인공지능(AI) 스타트업 xAI,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 등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이에 머스크가 테슬라에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에 대한 주주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