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에서 분양한 대단지 아파트들이 청약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입지가 뛰어난 곳에 들어서는 대형 건설사의 대단지 아파트였음에도 높은 분양가가 발목을 잡았던 것으로 보인다.
16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GS건설과 한화 건설부문이 광주광역시 북구 운암3단지 주택재건축사업을 통해 분양한 '운암자이포레나 퍼스티체'(1~3단지)는 16일 1순위 청약에서 524가구가(3214가구 중 일반분양 1192가구) 미달됐다. 일반 분양 물량의 절반가량이 미달 된 것으로, 미달은 주로 358가구를 분양한 59㎡ 타입과 260가구가 나온 75㎡ 타입에서 발생했다.
광주광역시 최대 민간공원 특례사업으로 관심을 모았던 '중앙공원 롯데캐슬 시그니처' 역시 쓴웃음을 지어야 했다. 16일 특별공급(380가구) 결과 중복지원을 포함해 171명의 청약을 접수하는데 그쳤다. 총 2772가구(일반분양 2364가구) 규모로, 역시 대단지 아파트다.
두 단지는 규모뿐 아니라 입지 측면에서도 기대감이 높았다. 교통 인프라나 개발 호재를 갖춘 데다 단지 인근 상업시설과 교육 여건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분양가가 걸림돌이었다.
운암자이포레나 퍼스티체의 경우 3.3㎡당 평균 분양가는 2000만 원대다. 59㎡ 타입 분양가는 4억9000만 원 가량, 75㎡ 타입은 6억 원대, 84㎡ 타입은 7억 원대로 책정됐다. 인근에 있는 '운암산공원 우미린' 84㎡형은 지난 2월 5억7000만 원대에 매매가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운암자이포레나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1억 원 이상 높은 것이다.
중앙공원 롯데캐슬 시그니처 역시 3.3㎡당 평균 분양가가 2500만 원 내외로, 전용면적 84~233㎡형을 분양하며 84㎡ 타입은 7억 원 중반대에서 8억 원 중반대, 102㎡ 타입은 8억~9억 원 중반대, 139㎡ 타입은 12억 원을 넘어선다. 211㎡와 233㎡ 등 대형 평형은 30억 원을 웃돈다. 지난해 중앙공원에서 분양한 인근의 '위파크 더 센트럴', '위파크 마륵공원'과 비교하면 1~2억 원 가량 분양가가 높다.
이는 공사비가 오르며 분양가가 함께 오르고 있어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을 보면 3월 기준 광주광역시 ㎡당 평균 분양가는 572만 원으로, 지난해 3월(505만원)보다 13.42% 올랐다.
광주 지역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두 단지의 분양가가 알려지자마자 미달이 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상담을 온 고객들이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부담스러워 한다"며 "작년부터 광주에 분양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가격 부담을 지고 신규 단지 분양에 들어가는 수요가 적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상무센트럴자이'(903가구)가 분양됐고, 12월에는 '연제첨단광신프로그레스'(380가구)가 분양에 나선 바 있다. 올해 입주를 앞둔 '양산동명지써밋'(153가구), '첨단프라임시티서희스타힐스'(414가구)도 있다.
하지만 시공사들은 아직 청약 일정이 남은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입자와 상품성이 우수하고 브랜드 가치가 더해진 고급 단지로, 지역 내 수요가 충분히 있어 분양 흥행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GS건설 관계자 역시 "2순위 청약 결과까지 봐야할 것"이라며 "3000가구가 넘는 대단지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 랜드마크로서 자격을 갖췄기 때문에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계약이 완료되기까지 시일이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운암자이포레나의 경우 2순위 청약에서도 미달이 이뤄진다면 완판까지 3개월가량이 걸릴 것"이라며 "중앙공원 롯데캐슬은 대형 평수 위주로 이뤄져 있어 계약 완료까지 조금 더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