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서비스 열악…시장영향 한계
성급한 규제보다 시장지배 살펴야
중국 직구앱의 약진이 경악과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작년 초만 해도 존재감이 없던 알리익스프레스(알리)와 테무가 최근에 전방위로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며 소비자를 대거 끌어들여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우선, 중국 직구앱은 대대적 광고로 주목을 끌며 인지도를 높였다. 알리는 천만 관객 영화의 주연 배우로 인기 절정인 마동석 씨를 광고모델로 기용해 ‘직구, 형이 싹 바꿔줄게’라는 문구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알리와 테무는 광고뿐 아니라 판촉에도 물량을 퍼부어 소비자를 유혹한다. ‘천억’ ‘십억’과 같은 표현을 노골적으로 사용하며 자금을 쏟아붓는 알리의 공세에 국내 유통업체들이 맞대응하지만 역부족이다. 테무는 소비자들에게 ‘쇼핑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깜찍한 게임 이벤트를 실시해 인기를 끈다.
중국 쇼핑 앱의 최대 무기는 초저가 판매이다. 광고로 앱을 알리고 판촉으로 소비자 가입을 유도한 다음에 구매하게 만드는 비결은 파격적인 초저가로 판매하는 것이다. 모든 상품의 가격대가 국내 판매가의 5분의 1에서 10분의 1의 파괴적 수준이다.
전방위 마케팅과 초저가 덕분에 중국 직구 앱의 사용자는 급격히 증가해, 지난달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로 알리가 887만 명, 테무가 830만 명에 달한다. 종합몰 앱 순위로 11번가, G마켓, 티몬, 위메프를 제치고 쿠팡 다음에 2, 3위를 알리와 테무가 차지한다.
중국 직구 앱의 초저가 공세가 국내 시장과 산업에 타격을 주어 생태계를 붕괴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가장 크게 피해 보는 업체는 중국산 제품을 수입해 국내에서 판매하는 중간상이 될 것이다. 중국산 직구 제품과 유사한 소비재를 생산하는 제조업체도 피해를 볼 것이다.
중국 직구 앱이 소상공인이나 오프라인 소매점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으리라고 예상한다. 쿠팡 등의 온라인 이커머스가 쓸고 간 자리에 후발로 진입한 중국 이커머스가 잠식할 여지는 별로 없다.
중국 쇼핑앱의 직접적 경쟁상대는 한국 이커머스가 될 것이다. 이미 사용자 수에서 밀린 11번가, G마켓, 티몬, 위메프 등은 치명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한다. 쿠팡이 최근에 와우멤버십 윌회비를 58%나 인상한 것은 시장지배력을 남용한 사례로, 중국 쇼핑 앱과 같은 신규 경쟁자가 진입해 독과점적 구조를 완화할 필요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소비자들은 고물가 시대에 장바구니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기회로 중국 쇼핑 앱의 초저가 정책을 환영한다. 소비자물가지수는 계속 올라가고 있으며, 특히 신선식품 가격의 급등은 가계를 압박한다. 1000만 명에 달하는 소비자들이 알리와 테무를 이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생활물가 안정이 절실하다는 증거다. 물론 싼 만큼 소비자도 비용을 지불한다. 배송, 교환, 환불 등의 고객 서비스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짝퉁 제품이나 불량제품으로 품질이 조악하다는 불만이 크다.
정부가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중국 앱을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가 가능한지 또 필요한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외국에 본거지를 둔 해외 이커머스 업체와 이에 입점한 해외 제조사의 위법행위를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 규제가 가능하더라도 이를 통해 품질 수준을 높이고 소비자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것이 오히려 중국 쇼핑앱의 경쟁력을 높이는 역효과를 내는 꼴이 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중국 앱을 써보고 불만이나 문제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사용하지 않게 될 것이다.
중국산 제품 중심의 직구에 한정되고 품질과 서비스가 열악한 중국 쇼핑 앱의 영향은 아직 제한적이다. 앞으로 국산 제품의 취급을 확대하고 서비스를 강화하면 그 영향력은 훨씬 커지게 될 것이다. 과연 시작이 창대한 중국 쇼핑 앱이 국내 시장에서 얼마나 위력을 떨칠지 궁금하다. 메기가 되어 시장을 활성화할지 공룡이 되어 시장을 지배할지 흥미진진하게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