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다의 시가총액은 한때 비트코인, 이더리움, 테더, 바이낸스 코인, 리플과 함께 열 손가락 안에 꼽혔다. 사가총액 순위에서 스테이블 코인인 테더, 유에스디시와 이더리움의 스테이킹 프로토콜 리도 파이낸스가 포함됐다고 하더라도 에이다가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꾸준히 20위권 안에 머물던 코스모스도 맨틀, 오케이엑스코인, 앱토스에 뒤처지더니 시가총액 31억4400만 달러로 어느새 35위까지 물러났다.
앞으로 상황은 더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발행사이자 가상자산운용사인 그레이스케일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에이다와 코스모스(아톰)을 제외하고 리플을 추가했기 때문이다. 에이다와 코스모스는 포트폴리오 구성 항목 재조정(리밸런싱) 과정에서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그레이스케일의 펀드 중 하나인 ‘스마트콘트랙트플랫폼엑스이더리움펀드’에서 두번째로 높은 비중(14%)를 차지하는 에이다가 조정됐다는 것은 당분간 상승 여력이 없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2022년 4월 포트폴리오에 합류한 코스모스도 2년 만에 리밸런싱 대상이 됐다.
시가총액 하락은 결국 토큰 가치의 하락이다. 유통량이 80%가까이 풀린 상황에서 현재 투자자들이 에이다를 떠올릴 때 어떠한 특징을 찾기 힘들다. 솔라나가 ‘에어드랍’, 톤코인이 ‘텔레그램’, 도지코인이 ‘밈코인’으로 치고 들어올 동안 무색무취한 모습만을 보였다.
하락의 가장 큰 이유는 활성화된 디앱(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의 부재다. 디앱레이더에 따르면 카르다노 기반의 디앱은 52개로 전체 36개의 프로젝트 중 19위에 위치했다. 탈중앙화금융 TVL(총 예치금)은 29위, 트랜잭션 수에서도 22위로 하위권을 맴돌았다. 2015년부터 개발된 메인넷 프로젝트임에도 2021년에서야 스마트컨트랙트 기능이 배포되는 등 개발 기간이 늘어지면서 생태계 성장도 지지부진했다는 분석이다.
비트맥스의 창업자 아서헤이즈도 “유명 디앱 가운데 카르다노 네트워크에서 출시됐거나 활용하는 것 없다. 이것이 바로 에이다 가격이 개똥(dog shit)인 이유”라며 혹평했다.
여기에 규제 영향도 컸다. 지난해 6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공개한 일명 SEC 살생부 명단에 에이다가 포함, 규제의 칼날이 에이다의 디앱까지 향했다, SEC는 최근 벌어진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 분쟁에 언급된 프로젝트까지 포함, 프로젝트 67종을 증권으로 분류하며 에이다를 포함한 것을 알려졌다. 이에 에이다의 탈중앙화거래소 상위 5개 중 한 곳인 카르닥스는 사실상 폐쇄를 선언한 바 있다.
한국계 미국인 개발자 재권의 손에서 탄생한 코스모스는 이종 자산의 이동을 가능하게 해 블록체인 생태계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또한 자체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를 만들어 생태계 확장에도 성공했다. SDK는 기능적 특성을 담은 모듈을 조립해 코스모스상에서 디앱을 쉽게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로, 개발자는 이를 활용해 기존 모듈 중 없는 기능만 새로 개발하면 된다. 대표적으로 권도형의 테라 프로젝트가 코스모스 SDK를 이용해 만들어졌다.
현재 코스모스 SDK 기반의 프로젝트는 대표적으로 오스모시스, 인젝티브 프로토콜, 셀레스티아 등이 있다. 그중 인젝티브 프로토콜은 미 증시를 휩쓴 AI 열풍에 지난해 코스모스의 시가총액을 뛰어넘기도 했으나 정작 네이티브 코인 아톰의 가격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여기에는 텐더민트 창업자 재권의 보수적 색채가 강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현재까지도 아톰의 주요 기능은 스테이킹으로, 그 외에는는 큰 사용처가 없다. 상호운용성을 표방하는 또 다른 프로젝트 폴카닷과 비교하자면, 폴카닷의 경우 네트워크 연결을 위해 자체 토큰을 보유 해야 하는 특성으로 말미암아 기축통화가 됐다.
이에 코스모스 커뮤니티에서도 22년 9월 스테이킹 유동화로 아톰의 쓰임새를 늘리는 동시에 스테이킹 이자를 줄여 인플레이션 하향을 위한 아톰2.0을 추진했으나 창업자 재권이 ‘아톰의 화폐화’를 반대하며 무산됐다.
커뮤니티는 이에 굴하지 않고 지난해 말 아톰의 인플레이션률을 줄이는 제안을 승인했고 아톰 연간 스테이킹 이자는 19%에서 13.4% 수준으로 내려갔다.
이같은 사태가 이어지자 재권은 하드포크를 선언해 충격을 안겼다. 그는 해당 제안이 통과되자 코스모스허브 커뮤니티의 인플레이션율 하향 조정 제안 통과에 반대하며 새로운 네트워크 ‘아톰원’ 포크를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톰원 포크에는 재권과 의사를 같이한 이들에게만 보안 유지 권한이 부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참여자들의 이탈에도 고공행진한 비트코인과 달리, 선장을 잃은 프로젝트의 가격은 지지부진했다. 앞서 재권은 텐더민트에서 손을 떼고 새로운 메인넷 그노랜드 개발에 착수하는 중이었다. 2022년 2월 코스모스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개발사 올인비트(AIB)와 ICF(인터체인재단)에서 물러난 재권은 새로운 메인넷 ‘그노랜드’의 작업에 치중했고 현재 개발 단계는 절반을 넘겼다. 개발이 시작된지 2년이 넘은 상황에서 새로운 메인넷과 하드포크된 아톰원이 빛을 보기엔 오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코스모스 가격에도 먹구름이 끼게됐다.
시가총액 5위 솔라나(615억7000만 달러)는 네트워크 중단 이슈 등 기술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커뮤니티 마케팅 전략이 성공하며 엄청난 상승세를 보였다. 솔라나는 자신들의 블록체인을 기초로 한 스마트폰 ‘사가’를 발매하며 밈코인 ‘봉크’를 시작으로 웬디스·도그위프햇 등을 차례로 에어드랍하는 등 커뮤니티 중심으로 생태계를 확장하는데 성공했다. 이번 강세장에서도 에어드랍한 밈코인 봉크와 도그위프햇의 시세가 급등하면서 상승 랠리를 이어가자 탈중앙화 거래소(DEX)의 거래량이 상승했으며 분산형 애플리케이션의 활성도가 증가했다.
페이스북 개발자 출신들이 출시한 앱토스는 출시 초창기 주목받았으나 새로운 개발 언어 무브(Move)가 어렵다는 지적에 확장이 지체됐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앱토스의 신규 사용자 수는 인도 소셜 미디어 플랫폼 칭가리와 제휴한 이후 900% 이상 급증하며 상승세를 탔다. 앱토스는 현재까지 a16z, 점프 크립토, 아폴로 글로벌, 프랭클린 템플턴, 페이팔 벤처스, 코인베이스 벤처스 등 업계 주요 투자자들로부터 4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며 시총 26위(38억5200만 달러)에 진입하는 저력을 보였다.
다만 이러한 상황에서 ’올드‘들에게도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인투더블록 데이터에 지난달 17일 기준 따르면 카르다노 개발자 깃허브 커밋 수는 97만8780번으로, 이더리움(40만7170번)을 능가했다. 개발자 중심인 가상자산 생태계에서 지속적으로 카르다노 네트워크에 대한 관심은 여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코스모스는 SDK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만큼, 해당 메인넷 기반의 프로젝트 성장에 기대를 거는 상황이다. 최근 바이낸스에 상장된 셀레스티아와 사가는 아톰 보유 대상자들에게 에어드랍을 하겠다고 밝히며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코스모스 SDK 기반의 프로젝트들이 사용자 확보를 위해 솔라나와 비슷한 전략으로 아톰 보유자들에게 신규 에어드랍을 추진하는 만큼, 대형 프로젝트들이 많아질수록 가치 상승에 도움이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