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컵에 담긴 유독물질을 마신 30대 여성이 뇌사 상태에 빠진 것과 관련해 회사 관계자들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21일 의정부지법 형사 3단독 정서현 판사는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남성 A씨(30대)에 대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16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또한 A씨의 상사인 B씨는 벌금 800만원을, 해당 기업에는 벌금 20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앞서 A씨는 지난해 6월 회사 실험실에서 광학렌즈 관련 물질을 검사하기 위해 불산이 포함된 유독성 화학물질이 담긴 종이컵을 책상 위에 올려뒀다.
이는 무색의 유독성 용액으로 주로 세척제로 사용됐는데, 피해자인 30대 여직원 C씨는 이를 물로 착각해 마신 뒤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 이후 C씨는 맥박과 호흡은 돌아왔으나 결국 뇌사 상태에 빠졌고 현재까지도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수사당국은 이와 관련해 회사 관련자들이 C씨를 해치려는 고의성은 없다고 봤다. 다만, 유독물질임을 표시하거나 용기에 담지 않는 등 과실이 있다고 보고 기소했다.
검찰은 지난달 12일 열린 공판에서 “피고인들은 장기간에 걸쳐 유해 화학물질 관리를 소홀히 해 피해자에게 회복 불가능한 중상해를 입혔다”라며 징역 2년 6개월을 구형했다.
발언 기회를 얻은 C씨의 남편은 “아내는 여전히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있다. 저와 7살 딸의 인생이 망가졌다”라고 울먹이며 이 사건을 단순 실수로 치부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실수를 탓하기에는 사고가 발생한 실험실은 피해자의 팀에서 주로 사용하는 곳이고, 피고인은 거의 가지 않는 곳”이라며 “평소 피해자가 종이컵에 물을 담아 마시며 손 닿는 거리에 놓인 종이컵이 자신의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로 피고인의 과실이 훨씬 중대하다”라고 판시했다.
이어 “회사는 화학물질 성분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바람에 병원에 간 피해자가 적절한 조치를 빠르게 받지 못해, 그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피해자 대신 피해자의 배우자에게 사죄하고 피해 보상을 해 합의했다”라며 “회사가 피해자의 치료비 등 지원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보이는 점을 참작했다”라고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