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규제 개선해 대규모 투자 활로 열어야
온실가스 감축설비 저감효율 측정 의무 완화
글로벌 스탠더드 최소 규제 적용해 기업부담 완화
대한상공회의소는 대규모 투자 활로를 열기 위해 불필요한 행정절차를 합리화하고 해외보다 과도한 규제를 개선해 줄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대한상의는 22일 ‘2024년 킬러·민생규제 개선과제’를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건의서에는 대한상의가 지난 1분기 동안 주요 기업과 지방상의, 주한외국상의를 통해 발굴한 △킬러규제(58건) △민생규제(9건) △해외보다 과도한 규제(33건) 등 총 100건의 규제개선 과제가 담겼다.
대한상의는 기업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킬러 규제의 대표적인 사례로 관광단지 시설기준을 꼽았다. 현재 관광단지 시설기준이 단일용도로만 규정되어 있어 다양한 산업과 융복합된 형태의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A사는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샌즈처럼 쇼핑과 숙박, 휴양, 엔터테인먼트 등을 한 곳에서 이용할 수 있는 복합시설 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나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행 시설지구 기준에는 복합시설에 대한 구분이 없고, 상가 시설지구로 구분하는 경우에는 숙박시설을 지구 내부에 설치할 수 없어서다.
해외에서는 유니버셜 스튜디오 촬영장 투어나 실리콘밸리 기업탐방코스와 같은 같이 다양한 산업과 결합한 체험 관광이나 마리나베이샌즈처럼 복합시설 도입이 활성화된 만큼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한 융복합 관광단지 개발이 가능하도록 관련 관광단지 시설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대한상의는 주장했다.
대한상의는 기업에 부과되는 의무나 행정절차 등이 해외보다 과도한 경우 ‘글로벌 스탠더드 최소 규제’를 적용해 기업 부담을 완화해 달라고도 건의했다.
해외보다 과도한 규제의 대표 사례로는 신의료기술평가제도를 꼽았다. 기업이 새로운 의료기기를 개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성능과 위해성 여부를 검증하고 허가를 받았더라도 시장에서 유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신의료기술평가를 추가로 통과해야 한다.
이 경우 안전성과 유효성 평가를 위한 문헌 및 임상자료 부담이 과도하고 평가 기간이 평균 200일 이상 걸려 기업의 신속한 시장 진출에 어려움이 있다고 대한상의는 지적했다. 반면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주요국은 원칙적으로 신의료기술평가 전에도 시장에 진출해 비급여로 비용 청구가 가능하다.
대한상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 분야 온실가스 감축설비의 저감효율 측정 의무도 선진국 수준으로 완화해 달라고 건의했다.
한국은 매년 첨단산업 온실가스 감축설비의 10%에 대해 저감 효율을 측정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가이드라인의 적정 수준은 5%이며 미국 환경보건청(EPA)도 초기 2년간 10%, 이후 3년간 5% 비율로 측정하도록 해 국내 기업의 부담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 반도체 사업장만 해도 수 천대의 감축 설비가 설치되어 있는데 향후 평택, 용인 등에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면 측정 부담이 지금보다 2~3배 이상 증가할 우려가 있다. 각국에서 첨단산업 패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 생산 활동에 부담을 유발하는 규제부터 선제적인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상헌 대한상의 규제혁신팀장은 “정부가 지속해서 킬러·민생규제 개선을 추진한 데 이어 최근에는 한시적 규제 유예 과제를 발표하는 등 과감한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며 “기업 현장의 다양한 규제 애로와 해외보다 과도하다고 인식되는 규제에 대해서도 조속히 개선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