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의 여왕' 전도연과 '넷플릭스 공무원' 박해수가 연극 '벚꽃동산'에서 호흡을 맞춘다.
23일 서울시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연극 '벚꽃동산'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행사에는 배우 전도연, 박해수, 손상규를 비롯해 연출가 사이먼 스톤, 무대 디자이너 사울 킴, 드라마투르기·통역 이단비, 이현정 LG아트센터장이 참석했다.
'벚꽃동산'은 LG아트센터가 세계적인 연출가 사이먼 스톤과 만드는 신작이다. 전도연은 10여 년 전 아들의 죽음 이후 미국으로 떠났다가 한국으로 돌아온 송도영(원작 류바) 역을, 박해수는 성공한 부동산 개발업자 황두식(원작 로파힌) 역을 연기한다. 한국화된 벚꽃동산은 10여 년 전 아들의 죽임 이후 미국으로 떠났던 송도영이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시작한다. 송도영이 마주한 서울은 자신의 기억과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다. 떠들썩한 사회 분위기, 자유롭고 권위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 무엇보다 그녀의 가족이 오래 함께 살았던 집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작품의 연출가인 사이먼 스톤은 이들의 작품을 이전부터 즐겨봤다면서 "극과 극의 감정 전환이 빠른 게 배우들의 강점"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날 "2002년 17세에 호주 멜버른영화제에 초청된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본 후 한국 영화와 드라마에 빠지게 됐다. 20년째 한국 드라마, 영화를 사랑하고 있다"며 "체호프는 연극의 문법을 바꿨다고 평가받는 인물인데, '벚꽃동산' 역시 급격하게 변화는 사회를 반영한다. 그런 멜랑꼴리한 정서, 희망과 절망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한국이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 배우들은 전 세계의 배우들과 다른 독특한 점이 있다. 희극과 비극을 오가는 게 쉽지 않은데 한국 배우들은 엄청나게 비극적인 상황에 젖어있다가 웃음이 나오는 희극적인 상황으로 넘나드는 재능이 있다. 장르를 넘나드는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오래 영화와 드라마에서 본 배우들의 옆에 앉아 있어 영광이다. 내가 세계 최고 행운아 같다"라며 배우들을 극찬했다.
이현정 LG아트센터장은 "좋은 연출가를 만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출가들을 많이 만났지만, 한국 문화와 배우들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높고 글로벌한 작품을 만드는데 열린 사고를 가진 연출가를 만나야 좋은 작품이 나올 거로 생각했다. 많은 프로듀서에게 어떤 연출가를 만나야 할지에 대해 조언을 구하던 참에 사이먼 스톤을 추천받았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사이먼 스톤은 영화감독이기도 하고 연극과 오페라, 다양한 분야에 있어 극작업을 하는 분인데 한국 영화를 좋아해서 한국 배우들과 일하는 게 꿈이라고 말한 적 있다고 하더라. 한국 배우에게 애정과 이해가 높은 분이라면 좋은 작품을 만날 거로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1997년 ‘리타 길들이기’ 이후 27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오르는 전도연과 연극 '파우스트'에 이어 연달아 연극에 임하는 박해수 역시 사이먼 스톤에 대한 신뢰로 작품에 임하게 됐다고 밝혔다.
전도연은 "연극에 갈망이 있지만 두려움이 컸다"며 "제가 영화, 드라마에서는 항상 정제된 모습을 보여드렸는데, 연극은 저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다 보여줘야 해서 자신이 없었는데, 사이먼 스톤이란 연출가에게 매료된 부분이 있어서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이먼 스톤에 대해서는 "2022년 JTBC '인간실격'을 할 때 '입센 하우스'라는 연극을 인상 깊게 봤다"며 "그 후에 잊고 지내다 이 작품 제안을 받았고, 그땐 두려움이 더 큰 시기라 '어떻게 하면 비겁해 보이지 않도록 잘 거절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했다. 당시 국립극장에서 '메디아'라는 작품을 스크린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고 거절하자'는 마음으로 보게 됐는데, 배우로서 피가 끓었다"면서 무한 신뢰를 전했다.
아울러 "사람들은 '도전'이라고 이야기하지만, 해보지 않은 것들을 하는 건 제 작업의 연장"이라며 "오랫동안 배우 일을 하면서 사람들은 많은 다양한 작품을 했다고 하지만 해야 할 작품들이 더 많다고 항상 생각한다"고 했다.
박해수도 "사이먼 스톤 연출의 연습 과정이 어떻길래 그런 작품을 만드는지 궁금하기도 했다"며 "전도연 선배님과 한 번도 작품도 못 해봤는데, '공연을 하신다고'라고 다른 사람들이 반응한 것처럼 저 역시 그랬다"며 "그래서 꼭 참여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박해수는 '벚꽃동산'에 대해 "대학교 자유연기 시간에 정말 많이 하는 대본"이라며 "그땐 그 시대, 그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계속 많이 했다"고 인연을 떠올렸다. 이어 "체호프의 작품을 이후에도 여럿 했는데, '벚꽃동산'만 인연이 안돼 로망이 있었다"고 고백하며 작품에 대한 진심을 드러냈다.
한편 6월 4일부터 7월 7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상연되는 '벚꽃동산'은 전도연, 박해수 외에도 손상규, 최희서, 이지혜, 남윤호, 유병훈, 박유림, 이세준, 이주원 등이 출연한다. 건축 디자이너 사울킴이 무대 디자인을 담당하고, 영화 '도둑들', '곡성', '부산행' 음악을 맡았던 장영규 음악감독이 음악과 사운드 디자인을 담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