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출산율 사상 최저치…“경제 성장에도 개인 재정 부담 증가”

▲미국 여성 1명 당 출생아 수 추이.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국립보건통계센터(NCHS)는 이날 지난해 여성 1인당 출산율이 1.62명으로 전년 대비 2%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출산율을 추적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해 미국에서 출생한 아동 수 역시 전년 대비 2% 줄어든 359만 명으로, 약 340만 명의 아기가 태어났던 1979년 이후 볼 수 없었던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제 불안과 코로나19 사태 등 불확실성 속에서 사람들이 아이를 낳는 것을 꺼리면서 세계 각국의 출산율은 주로 부유한 국가를 중심으로 감소하고 있다. 프랑스와 중국 등은 출산을 장려하려는 조처에 나섰지만, 미국의 출산율은 유급 가족 휴가 부족과 치솟는 의료비 등 요인에 의해 억제되고 있다.

인구학자이자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의 캐롤라이나 인구센터 소장인 카렌 구초는 “사람들은 의도적으로 육아를 미루고 있다”며 “미국의 젊은이들은 가족계획을 의식적으로 결정하고 있으며, 자신과 자녀를 재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길 원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경제적 부담, 고용 불안정, 정치적 양극화, 학자금 대출, 의료 서비스 이용, 기후변화, 글로벌 분쟁 등을 자녀를 갖지 않거나 임신·출산을 연기하는 이유로 꼽았다.

미국의 출산율은 2009년 금융 위기 이전에는 약간 증가했지만, 2000년 이후에는 전체적으로 11% 줄었다. 구초 소장은 “대침체 이후 경제는 개선됐으나 청년층의 학자금 부채와 같은 개인적 재정 부담은 증가했다”며 “아울러 긱 이코노미 일자리의 불안정한 근무 시간과 유급 휴가 부족으로 인해 가족계획에 대한 통제력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계획되지 않은 임신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출산율은 전년보다 2% 줄었고, 2007년 대비로는 68% 급감했다. 20~24세 여성의 출산율은 2007년 이후 절반 가까이 감소해 여성 1000명당 55.4명이라는 사상 최저치를 찍었다. 최고 출산율은 30~40대로 옮겨갔지만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감소했다. 인종별로는 히스패닉 여성의 출산율이 드물게 1%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