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매매시장은 상승 거래에 힘 입어 살아나고 있지만, 오랜 기간 팔리지 못한 미분양 주택 수는 증가하면서 시장 내 '엇박자'가 감지된다. 특히 청약 민심 바로미터인 서울 지역의 미분양 적체가 4개월 연속 심화하면서 건설사들의 현금 흐름에 경고등이 켜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본지가 서울시의 '민간 미분양주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2월 말 기준 민간 미분양 주택은 1018가구로 전월(997가구) 대비 21가구 증가했다.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11월 877가구에서 12월 958가구, 올해 1월 997가구로 3개월 연속 불어나다 2월 1000가구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분양을 마친 후에도 소진되지 않은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503가구로, 전달(455가구) 대비 48가구 늘었다.
단지 별로 보면 미분양 주택이 가장 많은 아파트는 동대문구 이문동 '이문아이파크자이'다. 이 단지는 HDC현대산업개발·GS건설이 이문3구역 재개발을 통해 지하 6층~지상 최고 41층 25개동, 총 4321가구(일반분양 1467가구) 규모로 조성한 곳으로, 이문·휘경뉴타운 최대어로 꼽힌다.
전용면적 84㎡ 기준 분양가는 12억∼14억 원 선으로, 같은해 8월 분양한 '래미안 라그란데' 동일 평형 최고가(10억9900만 원)보다 2억~4억 원 가량 높다. 때문에 고분양가 논란이 일며 지난해 10월 1순위 청약 787가구 모집에 1만3992가구가 접수, 평균 16.8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순위 내 마감에 실패했다. 이후 12월 계약 포기 등 152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지만, 118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하고 미계약 물량으로 남았다.
이어 강서구 화곡동 '화곡더리브스카이'(140가구 중 94가구), 강동구 길동 '에스아이팰리스 강동센텀 2차'(80가구 중 80가구), 마포구 노고산동 '빌리브 디 에이블'(259가구 중 79가구), 강북구 미아동 '엘리프 미아역'(226가구 중 72가구) 순으로 미분양 주택 수가 많았다.
준공 후 주택 미분양 기간이 가장 긴 단지는 광진구 자양동 '호반써밋 자양'이다. 이 단지는 호반건설이 지난 2019년 3월 분양했으나 305가구 중 3가구가 5년 1개월 째 주인을 찾지 못해 불 꺼진 집으로 남아있다.
이처럼 저조한 분양률에 따른 미분양 장기화는 공사비 미수 위험도를 높여 건설사의 운전자본 부담과 현금 흐름을 악화시킨다. 전체 사업장의 분양률이 양호하더라도 미분양이 발생한 1, 2개 사업장에 대한 미수금이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악성'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은 재무 부담을 가중시킨다. 업황 악화로 인해 준공 후 분양률이 70%를 하회할 경우 공사대금 회수에 차질을 빚어 건설사의 현금 흐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서울은 대기 수요가 없는 시장이 아닌데, 그럼에도 미분양이 생겼다는 것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분양가격이 높거나, 개별 단지들의 메리트가 떨어진 점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며 "전국적으로 미분양 총량이 늘면 건설사의 자금회수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시장의 전반적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분양 주택은 서울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이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미분양 주택은 총 6만4874가구로, 전월(6만3755가구) 대비 1.8%(1119가구) 증가했다. 미분양 주택 수는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연속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준공 후 미분양은 전월(1만1363가구) 대비 4.4%(504가구) 늘어난 1만1867가구를 기록하는 등 지난해 8월부터 7개월 째 몸집을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