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이·팔 전쟁 게시글 작성시 체포...“이스라엘과 관계 개선 염두”

입력 2024-05-0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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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아랍의 봄 재연 우려
사우디, 팔레스타인 국가로 인정하면
관계 개선 나설 용의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캘리포니아대학교에 있는 친팔레스타인 시위대의 야영지. 로스앤젤레스(미국)/EPA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가 소셜미디어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과 관련된 게시물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면 체포하는 조치를 강화한다고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단속은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맺을 준비가 되어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사우디는 지금껏 언론의 자유와 정치적 표현을 제한해왔다. 사우디에 있는 외교관들과 인권 단체는 “최근 잇따른 체포는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과 관련된 안보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아랍 전역과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에서는 ‘반이스라엘’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사우디 관리들은 “사우디는 이란과 이슬람 단체들이 폭동을 일으킬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아랍의 봄’이라고 불리는 2010년 튀니지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의 반복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우디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비전 2030’에 참여한 기업 임원도 체포했다. 한 관계자는 “해당 수감자가 가자지구 분쟁에 대해 사우디가 선동적이라는 견해를 밝혔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스라엘을 용서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한 언론인과 사우디 내 패스트푸드점 불매운동을 확산시킨 사람도 체포됐다.

사우디 내무부와 인권위원회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사우디 정부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번 체포 사실을 인정하며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온라인 발언을 억제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사우디의 체포 조치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시민들에게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라며 “이는 전쟁 이전부터 미국과 협력하고 있던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사우디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을 비판하며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용인한다면 관계 개선에 나설 용의가 있음을 시사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네타냐후 총리가 집권하는 한 팔레스타인 인정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유럽 리더십 네트워크의 정책 및 영향력 전문가 제인 키닌몬트는 “소셜미디어에서 친팔레스타인 정서에 대한 단속은 사우디가 이스라엘과의 정상화를 고려하고 있는 신호”라고 말했다. 그는 “사우디와 이스라엘이 교류하기 시작할 때, 사우디에서 친팔레스타인 운동이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야드 교도소에 갇힌 가족을 정기적으로 면회하는 한 사우디 남성은 “지난 6개월 동안 보안 시설의 수감자가 매우 증가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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