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25일부터 '우주 엘리베이터' 개최
차이밍량ㆍ아피찻퐁 위라세타쿤 등 미술관 향하는 감독들
"인간이 지구를 떠나 우주에 가야만 하는 이유 표현해"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행자 연작'으로 한국을 찾은 대만의 거장 차이밍량 감독은 "미술관은 새로운 관객을 양성하는 데 좋은 장소"라며 미술관과 영화의 협업을 강조했다. 이질적 예술들이 결합할 때, 그 가치가 더욱 다채롭게 발현한다는 이유에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017년부터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조화를 추구하는 프로그램 '다원예술'을 진행하고 있다. 미술관의 높은 문턱을 낮추고, 관객들에게 기존과 다른 형태의 예술적 경향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9일 미술관에 따르면, 국립현대미술관은 올해 다원예술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우주 엘리베이터' 전시를 진행한다. 우주에 대한 상상력을 연극ㆍ무용ㆍ음악ㆍ영화 등 다채로운 예술의 관점을 통해 조망하는 전시다.
전시명인 '우주 엘리베이터'는 러시아 과학자인 콘스탄틴 치올코프스키(Konstantin Tsiolkovsky)가 1895년에 제안한 개념이다.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정지궤도까지 엘리베이터로 연결하는 일종의 건축 방식이다.
우주로 가기 위해서는 막대한 연료가 필요하다. 반면 우주 엘리베이터가 실현된다면, 보다 경제적으로 우주에 갈 수 있다. 우주 엘리베이터의 실현 가능성은 여전히 논쟁적이다. 이 때문에 공학뿐만 아니라 SF 소설 등에서도 다양하게 다뤄지는 소재다.
성용희 학예연구사에 따르면, 이번 전시는 인간이 지구를 떠나 새로운 현실인 우주로 가야 하는 이유와 그 방법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객들은 우주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두려움을 다양한 예술의 관점에서 조망하게 된다.
25일 시작하는 이번 전시의 첫 포문은 일본의 연출가 토시키 오카다의 연극 '우주선 '인-비트윈' 호의 창문'이 연다. 인간 승무원 네 명과 안드로이드 승무원 한 명을 태운 우주선 인-비트윈(In- Between)호의 우주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6월과 7월에는 한국의 안무가 노경애의 무용과 전통음악 박민희의 공연이 펼쳐진다. 8월에는 한국과 영국의 미디어아트 듀오 김치앤칩스의 '또 다른 달'이 미술관 야외에 설치된다.
하반기에는 우주를 상상하면서 과거와 미래, 의식과 무의식, 공학과 예술 등을 연결하고 여러 감각을 융합해보는 작업을 선보인다.
세계적인 영화감독이자 시각예술가인 태국 출신의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이 자신의 예술세계에서 가상현실(VR)을 처음 시도해본 작업인 '태양과의 대화(VR)'와 장편 영화인 '메모리아'를 함께 선보인다. 한국의 설치 작가 이미래와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일본관 작가인 유코 모리는 퍼포먼스 신작을 제작한다. 별도로 10월에는 공학, SF 대중문화 그리고 예술 간의 연결점에 대한 심도 있는 토크도 진행한다.
한편 '다원예술 쇼케이스'는 미술관이 올해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프로그램이다. 해외 지역과의 교류 촉진 및 다양한 신진작가 발굴을 목적으로 도입됐다.
덴마크 예술센터 아트 허브 코펜하겐의 디렉터 야콥 파브리시우스(Jacob Fabricius)와 협업해 1980~1990년대 출생의 한국작가 4명, 덴마크작가 4명 작가를 소개한다. 이들은 오는 9월 4~5일 서울관에서 자신의 신체를 통해 세상을 사유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급변하는 예술 환경에 발맞추어 매년 다채로운 매체의 융합을 보여주는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의 새로운 시도는 계속된다"라며 "'우주 엘리베이터'라는 재미있고도 미래적인 주제를 통해 미술관에서 다양한 상상과 현실을 예술로 연결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