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학회 2024 봄철 정기학술대회
디지털 전환 시도에 '투자 인내' 있어야…지속가능성↑
"어떤 산업이든 결국엔 '콘텐츠 품질' 높여야 한다"
10일 경북 경주시에 있는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한국언론학회 2024 봄철 정기학술대회'에 마련된 '이투데이 특별세션'에서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를 맞이해 언론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에 관한 열띤 토론이 열렸다.
이날 세션에서 발표를 맡은 김용희 오픈루트 연구위원은 뉴욕타임스 성공 사례를 소개하며 '기본'과 '투자 인내'를 강조했다.
김 위원은 "뉴욕타임스가 전통적인 언론사에서 디지털 언론사로 전환하는 과정에는 오랜 시간 투자에 대한 인내가 있었다. 여러 실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지속 가능한 경영 목표를 정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이 분석한 뉴욕타임스의 성공 요인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기술 투자 확대 △디지털 상품 기술기업 △10년 근성의 혁신 등이다. 기술과 저널리즘 부문에 대한 투자와 인재 확보의 노력이 뉴욕타임스의 성공 요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결국 일정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획득하기까지 인내할 수 있는가의 문제"라며 "기본으로 돌아가 콘텐츠 신뢰를 회복하고, 언론 신뢰를 회복하면 소비자들은 기꺼이 돈을 낼 것"이라며 기사 유료화 방안의 본질을 짚었다.
김 위원은 정부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특히 ESG 투자 유인이 적은 국내 미디어 사업자의 특징을 감안하면 정부가 방발기금 납부액 경감, 세액공제 등의 동인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의 발표가 끝난 뒤 윤석민 서울대 교수를 좌장으로 송인덕 중부대 교수, 이상원 경희대 교수,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 정낙원 서울여대 교수 등이 참여한 토론 자리가 마련됐다.
이종관 위원은 "미디어 산업을 바라보는 인식 자체를 바꿀 때가 됐다"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언론사에서 디지털이나 신사업 부서로 가면 좌천이라고 생각한다. 편집국이나 보도국에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이라며 "디지털 인식 변화에 기성 언론은 말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디지털 인식 변화를 토대로 어떤 업체와 제휴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바로 서드파티(third party) 전략"이라며 "목표 달성을 위해 서드파티들과 어떻게 전략적 제휴를 맺을 것인 지가 무척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상원 교수는 '생성형 AI'를 기사 쓰기에 도입해 콘텐츠 생산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AI를 통해 기사를 쓰면 시간도 절약할 수 있고, 전문적이고 심층적인 내용의 뉴스를 생산해 저널리즘 가치를 회복할 수 있다"라며 "언론사 입장에서는 AI에 다 뺏길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지식재산권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면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송인덕 교수는 '미디어 산업'과 '저널리즘 산업'의 구분을 강조했다. 저널리즘은 다른 산업에 비해 공적 성격이 있고, 사회적 책임을 높게 요구하는데 일반적인 미디어 산업과 단순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뉴욕타임스가 내세운 것처럼, 'back to the basic' 자세가 필요하다"라며 "저널리즘에서 생산하는 뉴스도 '콘텐츠'라고 불리는데, 결국 콘텐츠 품질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정낙원 교수는 언론의 태도 변화 및 방향성 전환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정치 양극화 시대에 언론에 대한 냉소주의는 어쩔 수 없다. 지금의 언론 위기는 낮은 언론 신뢰도 때문이 아니라 기술발전에 의한, 저항할 수 없는 트렌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포털의 뉴스 서비스, SNS, 팟캐스트, 유튜브 등이 나오면서 어쩔 수 없이 제도권 언론의 소외 현상이 나타났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뉴스가 특별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간 기자들의 특권 의식이 있었는데, 그것을 포함해서 과도한 전문주의도 버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언론의 규범적 역할을 떠나서 실질적인 영향력이 다른 채널에 비해 더는 특별하지 않고, 언론을 대체할 만한 사회적 주체들이 많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특별히 언론에 '흥미'와 '친숙함'을 주문했다. 그는 "신문사도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이 유튜브를 적극 활용해 '소규모 방송사'가 되어야 한다. 방송화가 필수"라며 "포털이나 영상 플랫폼과 경쟁 관계를 구축할 게 아니라 파트너로 인식하는 자세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토론회 끝에 윤석민 교수는 "언론을 폭넓게 미디어로 해석해서 논의한 자리였다"라며 "다음에는 좀 더 구체적으로 언론 영역에 한정해서 토론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