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대 물가 상승에도 지갑 닫아
중국의 4월 소매판매 증가율이 지난해 1월 이후 15개월 만의 최저인 2.3%에 그쳤다. 물가 상승이 0%대에 머물러 있음에도 소비는 여전히 위축기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7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소매판매는 3조5699억 위안(약 669조2000억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3% 증가했다.
소매판매는 백화점, 편의점 등 다양한 유형의 소매점 판매 수치로 내수 경기 가늠자다.
중국 소매판매는 재작년 말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다 지난해 1월부터 플러스로 돌아섰다. 이후 16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4월 증가율은 지난 15개월 사이 중 가장 낮았다. 다시금 소비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이 시점에서 나온다.
중국 정부가 내놓은 소비 진작책 등 각종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소비 심리가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재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소비재와 설비의 신제품 교체 정책을 잇달아 발표하는 등 경기부양과 소비 촉진을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그런데도 제대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국가통계국은 4월 경제지표에 대해 "계절적 요인과 지난해의 기저치 상승 등으로 인해 일부 지표의 성장률이 둔화했지만, 산업·수출·고용 등 주요 지표는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외부 환경의 복잡성과 심각성, 불확실성이 많이 증가하는 등 경제가 여전히 많은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거시정책 조정 등을 강화해 경제회복과 질적 성장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산업생산은 대외 수요 개선에 힘입어 전망치를 상회했지만, 소매 판매가 예기치 않게 둔화한 데다 부동산이 여전히 경제에 걸림돌"이라며 중국 정부가 경제성장 지원을 위한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앞서 중국은 경기 위축 탓에 소매 물건이 팔리지 않아 물가 하락 우려가 이어진 바 있다.
중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0.3% 올라 석 달 연속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는 로이터통신 전망치 0.2%보다 0.1% 포인트 높은 것이다.
중국의 CPI는 2월 춘제(春節·중국의 설) 효과로 작년 동기 대비 0.7% 상승해 6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이후 3월(0.1%)에 이어 4월까지 3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로써 중국 경제를 둘러싼 디플레이션(deflation·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는 다소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여전히 0%대 물가 상승에도 소비자의 지갑은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어 문제다.
국가통계국은 "4월에는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와 전월 대비 모두 상승세로 돌아섰다"면서 전반적으로 소비자 수요가 회복세를 이어갔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중국의 제조업 경기는 전반적으로 되살아나지는 않고 있어 중국 정부가 더 많은 경기 부양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이 커졌다.
결국 중국 재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1조 위안(약 188조 원) 규모 '초장기 특별국채'를 발행한다. 관영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중국 재정부는 이날 오전 30년 만기 400억 위안(약 7조5000억 원) 규모의 고정금리 첫 특별국채를 내놨다. 22일부터 채권시장 거래를 시작한다. 이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국채 발행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초장기 특별국채는 재정적자에 포함되지 않아 재정 지출의 큰 변동을 피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앞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정부업무보고에서 "올해부터 몇 년간에 걸쳐 초장기 특별 국채 발행을 시작하기로 했다"며 올해 1조위안어치를 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