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를 만든 오픈AI가 최근 새 플래그십 생성형 AI 모델 ’GPT-4o‘를 공개했다. ‘GPT-4o’를 탑재한 챗GPT는 사람의 말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농담도 하고, 심지어 대화 상대방의 감정까지 읽어냈다. 눈에 보이는 수학 문제를 풀이해주거나, 코드를 분석해주는 일도 척척 해냈다.
구글 역시 연례 최대 콘퍼런스 ’I/O 2024’에서 새로운 AI 기능을 공개했다. 단순한 키워드 검색을 넘어 관심있는 음식 레시피나 영화, 음악, 책, 호텔 등에 대해 AI가 정리한 내용들을 맞춤형으로 편집하며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일도 가능해졌다.
구글 제미나이는 동영상, 이미지, 오디오 등을 인식하는 ‘멀티모달’ 능력을 키운 점도 주목받았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고장 난 턴테이블을 보여주며 수리 방법을 물어보자 수리 방법과 제품 메뉴얼을 찾아내 보여주는 모습을 시연했다. 사진첩에서 “내 딸이 수영을 어떻게 배웠는지 보여줘”라고 말하면 관련 사진을 모아서 보여준다. ‘추억’까지 검색이 가능해진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생성형 AI 기술은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구글, 오픈AI, 삼성 등 주요 IT 기업들이 주도해온 결과다. 이쯤 되면 삼성전자가 2017년 선보인 AI 비서 ‘빅스비’는 요즘 잘 지내는지 궁금하다.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빅스비를 잘 활용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빅스비를 그냥 지나친다. 삼성전자 역시 올 초 선보인 AI 스마트폰 갤럭시S 24에서 빅스비보다 구글의 AI 기능을 더 강조했다.
빅스비는 삼성 스마트폰의 고유 기능으로 자리 잡았지만, 이후 삼성의 생태계 전반으로 확장되면서 스마트 TV, 냉장고 등 다양한 기기에서 사용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구글, 오픈AI의 AI 서비스보다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빅스비는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한된 데이터와 기능을 갖추고 있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글과 오픈AI는 외부 개발자들이 자신들의 플랫폼을 활용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반면 삼성은 이러한 개방성에서 다소 뒤처져 있어, 개발자 커뮤니티의 활발한 참여를 유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물론 빅스비는 독자적인 강점을 갖췄다. 삼성전자의 광범위한 제품군과의 연계가 가능하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가전제품,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다양한 기기에서 빅스비를 활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7월 빅스비에 거대언어모델(LLM)을 적용해 가전제품에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세세한 것도 AI가 말로 다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구글 AI 등과의 협업도 물론 필요하지만, 삼성전자로서는 하드웨어의 막강한 점유율을 바탕으로 생성형 AI 시장에서 독자적인 역량을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AI 업체들에 질질 끌려다니는 모양새로 전락할 수도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반도체만 판다고 AI 시장의 강자는 아니다. AI 시대의 진정한 ‘갑’이 되기 위해선 소프트웨어에서도 초격차를 이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