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형사재판소(ICC) 검찰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지도자 모두를 전쟁범죄 혐의 등으로 체포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서방국가 사이에 균열이 불거졌다.
미국과 영국ㆍ독일 등은 네타냐후 총리를 포함한 체포영장이 부당하다며 강하게 반발하는 한편, 벨기에를 비롯해 프랑스까지 ICC 영장청구에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균열 조짐이 일고 있다. 향후 중립국을 표방하는 일부 국가가 프랑스와 뜻을 함께하면 이스라엘은 가자 남부 라파 공격에 대한 당위성을 잃을 것으로 관측된다.
20일(현지시간) CNN을 비롯한 주요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는 “ICC의 독립성을 위해 하마스는 물론, 이스라엘 지도부까지 포함한 체포영장 청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외무부 명의 성명을 통해 “ICC의 독립성과 모든 상황에서 불처벌에 맞서 싸우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전날 카림 칸 국제형사재판소 검사장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을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범죄 혐의를 내세워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ICC 검찰은 성명을 통해 “전쟁의 수단으로 기아를 유발하고, 인도주의적 구호물자를 거부하고, 고의로 민간인을 표적 삼아 말살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라며 “이러한 행위는 책임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국은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같은 선상에 두고 처벌하려는 것을 용납할 수 없으며, ICC 검찰의 영장청구 절차에도 흠결이 있다고 주장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ICC 검찰의 의도가 무엇이든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전혀 동등하지 않다”라며 이스라엘 지도부를 포함한 체포영장을 비판했다.
영국과 독일도 정도의 차이가 존재할 뿐, 미국과 마찬가지로 ICC 체포영장에 반대 뜻을 내놨다. 특히 독일의 경우 “ICC 독립성을 존중한다”라면서도 네타냐후 총리를 포함한 것과 관련해 “우려되는 결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프랑스는 이스라엘 총리와 하마스 지도자들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하려는 ICC의 결정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프랑스는 서방 국가 가운데 이스라엘에 대해 가장 강경한 견해를 밝히며 휴전을 촉구해 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휴전 결의안을 거부하기로 한 미국의 결정을 앞장서서 비판하고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기도 했다.
조셉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SNS를 통해 “독립적인 국제기관인 ICC의 임무는 국제법에 따라 가장 심각한 범죄를 기소하는 것”이라며 “ICC 규정을 비준한 모든 국가는 법원의 결정을 집행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CNN은 “프랑스의 이번 성명은 자국의 입장과 서방 동맹국, 특히 ICC 결정에 대해 ‘터무니없다’라고 일축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이에 적잖은 균열이 있음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한편, 프랑스의 이번 입장과 관련해 서방의 균열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과 지원ㆍ휴전 협상안을 놓고 서방이 이견을 드러낸 가운데 이번 ICC 결정이 이스라엘ㆍ하마스 전쟁 장기화에 중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