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칠 때 떠난다…‘교수님’ 토니 크로스, 이제는 안녕

입력 2024-05-22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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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2024 끝난 뒤 현역 은퇴
SNS에 작별 인사…동료들 화답
뮌헨 이어 레알서도 맹활약
리그 등 각종 대회서 33회 우승

▲레알 마드리드 미드필더 토니 크로스가 2017년 2월 15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 1차전 SSC 나폴리와의 경기에서 득점한 뒤 세레머니를 펼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나의 마지막 클럽은 레알 마드리드다."

'교수'로 불리는 독일 축구의 전설. 레알 마드리드 미드필더 토니 크로스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를 마친 뒤 축구화를 벗는다.

▲레알 마드리드 미드필더 토니 크로스가 5월 11일(현지시간) 스페인 그라나다 누에보 로스 카르메네스 경기장에서 열린 스페인 프리메마리가 그라나다와의 경기에 출전한 모습. (AFP/연합뉴스)

크로스는 21일(한국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2014년 7월 17일. 레알 마드리드에서 프레젠테이션하던 날, 제 인생이 바뀌었다. 세계 최고의 클럽에서 새로운 장을 시작했다. 10년 후, 이번 시즌이 끝나면 이 장도 끝난다. 저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성공적이었던 시간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며 축구 선수로서 은퇴를 밝혔다.

이어 "저를 열린 마음으로 환영해 주시고 믿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고 싶다.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저를 사랑해 주신 마드리드 여러분 고맙다"며 레알 마드리드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끝으로 "항상 말했듯이, 레알 마드리드는 나의 마지막 클럽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결정을 내릴 적합한 시기를 찾았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고 자랑스럽다. 저는 항상 최고의 수준에 있을 때 커리어를 마무리하고 싶었다"며 작별 인사를 고했다.

▲레알 마드리드 미드필더 토니 크로스가 2월 4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프리메마리가 아틀리티코 데 마드리드와의 경기에서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도 같은 날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크로스가 유로 2024 이후 프로 축구 선수로서의 경력을 끝내기로 결정했다. 구단은 우리 역사의 일부이자 클럽과 세계 축구의 위대한 전설 중 한 명인 크로스에게 감사와 애정을 표하고 싶다"고 공식 발표했다.

플로렌티노 페레스 레알 마드리드 회장도 "크로스는 레알 역사상 위대한 선수 중 한 명이며, 이 클럽은 언제나 그의 고향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행운을 빌었다.

팀 동료로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루카 모드리치도 22일 자신의 SNS를 통해 아쉬움과 고마움을 전했다. 모드리치는 "친구야, 너는 레알 마드리드의 전설이다. 함께 뛸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었다"고 전했다.

데뷔 시즌부터 ‘더블’…경험 쌓고 ‘트레블’ 선봉에

▲바이에른 뮌헨 미드필더 토니 크로스가 2014년 3월 25일(현지시간) 독일 분데스리가 헤르타 BSC와 경기에서 골을 넣고 세레머니를 펼치고 있다. (AP/연합뉴스)

1990년생, 34살의 나이에도 여전히 뛰어난 기량을 보유한 크로스는 독일이 자랑하는 현역 최고의 미드필더다. 12살이던 2002년 당시 그라이프스발더 SC 유스팀에 동생 펠릭스 크로스와 입단하며 축구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FC 한자 로스토크 유스팀을 거쳐 2006년 분데스리가 명문 구단인 바이에른 뮌헨 유스팀에 합류한다. 유스팀에서 22경기 7골을 기록하며 합류 1년 만에 2군으로 콜업된 크로스는 2007년 2군에서 12경기에 나서 3골 5도움을 올리는 등 두각을 드러냈다.

촉망받는 유망주로 기대를 모은 크로스는 그해 9월 26일 FC 에네르기콧부스전 후반 27분 제 호베르투를 대신해 교체 출전해 1군 무대를 밟았다. 크로스는 이 경기에서 18분을 소화하며 후반 30분과 후반 44분 미로슬라프 클로제의 2골을 도우며 화려한 데뷔전을 치렀다. 17세 265일의 나이로 당시 뮌헨 1군 최연소 출전 기록을 세운 크로스는 2007-08시즌 분데스리가에서 12경기 353분을 소화하며 2도움을 올렸다.

하지만 당시 뮌헨의 주전 미드필더는 '베테랑' 마크 반 봄 멜을 비롯해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조세 소사, 제 호베르투, 안드레아스 오틀 등 쟁쟁한 선수들이 즐비했다. 2008년 8월 15일 함부르크전 90분 출전을 제외, 6경기에서 185분을 소화하는 등 주로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여기에 인대 부상까지 당하자 2009년 1월 바이어 04 레버쿠젠으로 임대를 떠난다. 재활을 마친 크로스는 2월 28일 하노버96전에 교체 출전해 12분을 소화, 10경기에서 1골 1도움을 올리며 복귀를 신고했다. 이후 2009-2010시즌 레버쿠젠에서 35경기를 소화하며 9골 12도움을 올리는 등 높은 공격포인트를 올리며 팀 핵심으로 떠올랐다.

▲바이어 레버쿠젠 시절 토니 크로스. (DPA/연합뉴스)

성공적인 임대를 마치고 돌아온 크로스는 뮌헨에서 2010-2011시즌 37경기를 소화하며 자리를 잡아 나갔다. 비록 부상으로 2010-2011시즌 70일, 2012-2013시즌 94일가량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뮌헨의 중원을 단단하게 지키며 팀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크로스가 뮌헨에서 남긴 족적은 대단하다. 프로 무대 데뷔 시즌인 2007년부터 분데스리가 우승과 DFB 포칼 컵 우승을 경험했다. 2012-13시즌에는 분데스리가 우승과 챔피언스리그(UCL) 우승, DFB 포칼 컵 우승을 하며 트레블에 기여했다.

전설로 남을 UCL 3연속 우승…그 중심에 크로스가 있었다

하지만 2014-15시즌 재계약 협상 과정에서 구단과 갈등을 빚으며 뮌헨을 떠났다. 이에 크로스는 레알 마드리드와 손을 잡으며 스페인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2500만 유로(약 370억 원)에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 후 '축구 도사'의 면모를 뽐낸 크로스는 2015-2016시즌 카세미루의 합류 후 루카 모드리치와 함께 '크카모' 라인을 구축하며 팀의 UCL 3연패를 진두지휘했다.

크로스는 레알 마드리드의 살아있는 역사이자 전설이다. 크로스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2015-16시즌, 2016-17시즌, 2017-18시즌, 그리고 2021-22시즌 UCL 우승과 더불어 2016-17시즌, 2019-20시즌, 2021-22시즌, 2023-24시즌 프리메라리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 외에도 UEFA 슈퍼컵 우승 4회,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 우승 1회 등 22개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레알 마드리드 미드필더 토니 크로스가 2016년 5월 2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산시로에서 열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경슬전을 승리한 후 빅이어에 입맞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463경기에서 28골 98도움. 크로스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10시즌을 소화하며 올린 기록이다. 정확한 롱패스와 파포스트로 낮게 깔리는 슈팅, 경기를 넓게 보는 시야와 탈압박 능력으로 '프로 패서'라는 별명도 있다. '교수'라는 별명은 여기에서 비롯됐다.

독일 축구 커리어도 대단하다. 크로스는 2005년 독일 U-17 대표팀에서 36경기에 출전해 18골, U19 팀에서 5경기 3골, U21 팀에서 10경기 2골을 기록하며 연령별 대표팀을 거쳐 왔다. 이후 A대표팀에 승선한 크로스는 최고의 기량을 바탕으로 2014년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 우승에 기여하는 등 108경기에서 17골을 올리며 독일 축구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어느덧 34세로 은퇴 기로에 놓인 크로스. 하지만 뛰어난 기량을 바탕으로 어김없이 자신의 실력을 발휘했다. 이번 시즌에도 리그 32경기에 출전해 1골 8도움을 올리며 팀의 리그 우승과 UCL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여기에 유로 2020 대표팀 은퇴 이후 3년 만에 독일 대표팀 복귀를 전격 선언, 3월 A매치 기간 2도움을 올리며 2연승을 주도했다.

▲독일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토니 크로스가 2014년 7월 13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나 경기장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의 월드컵 결승전에서 연장전 끝 승리하자 표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34살 나이에 “발롱도르 유력 후보”…가능성은

이러한 활약에 크로스가 2024 발롱도르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글로벌 축구 매체 '스코어 90'은 21일 SNS를 통해 "뱃365의 최신 확률에 따르면 토니 크로스가 2024 발롱도르를 수상할 가능성이 크게 올랐다"라고 보도했다.

스코어 90에 따르면, 현시점에서 발롱도르 수상이 가장 유력한 선수 2명은 비니시우스 주니오르(33%)와 주드 벨링엄(21%)이다. 크로스는 현역 은퇴 계획 발표 후 13%까지 상승해 3순위에 올랐다.

팀 동료인 비니시우스, 벨링엄 모두 UCL 결승전을 앞두고 있고, 이번 여름 대륙별 컵대회를 앞두고 있다. 이들의 대회 성적에 따라 수상 확률이 변동될 것으로 보인다.

▲레알 마드리드 미드필더 토니 크로스(왼쪽)가 5월 14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데포르티보 알라베스와 경기에서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만약 크로스가 발롱도르 수상에 성공한다면, 레알은 2022년 카림 벤제마 이후 다시 한번 발롱도르 수상자를 배출한다. 독일은 1996년 마티아스 자머 이후 28년 만에 발롱도르 수상자를 배출하는 영예를 안는다.

너무나 큰 크로스 빈자리, 레알은 누구로 메울까

한편, 크로스의 은퇴 이후 빈자리를 어떻게 메울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레알 마드리드는 레버쿠젠 무패 우승을 이끈 분데스리가 최우수선수(MVP) 플로리안 비르츠(21)를 점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매체 빌트는 "레알 마드리드는 비르츠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비르츠를 크로스의 완벽한 대체자로 평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2의 케빈 더 브라이너'라는 평가를 받는 비르츠는 올 시즌 리그에서 11골 11도움을 기록하며 에이스로 활약했다.

▲바이어 레버쿠젠 미드필더 플로리안 비르츠가 5월 18일(현지시간) 분데스리가에서 무패 우승을 달성한 뒤 팀 동료들과 함께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비르츠의 현재 몸값은 1억1000만 유로(약 1628억 원)로 측정되고 있다. 하지만 레버쿠젠 최고경영자(CEO) 페르난도 카로는 지난달 22일 "비르츠의 가격표로 1억5000만 유로(약 2200억 원)를 매긴 것은 내 실수였다"며 그 이상의 이적료를 지불해야 비르츠를 판매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플랜B 계획에 대한 보도도 나왔다. 스페인 매체 피챠헤스는 17일 "레알은 향후 비르츠 영입이 어려우면 니콜로 바렐라(27·인터 밀란)의 영입을 추진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인터 밀란 중원의 핵으로 알려진 바렐라는 뛰어난 활동량을 바탕으로 이번 시즌 46경기 2골 7도움을 올리며 팀의 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피챠헤스'는 "바렐라는 핵심적인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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