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없는 씨감자 대량생산 기틀 갖춰…세계 최초 수경재배 기술도 실용화

입력 2024-05-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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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지농업연구소·국립종자원·감자종자진흥원 등 협력 성과…국내 물량 20% 책임져

▲농촌진흥청 고령지농업연구소에서 재배 중인 씨감자. (사진제공=공동취재단)

정부와 지자체의 협업으로 생산하는 건강한 씨감자가 세계에서 인정받는 'K감자'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고령지농업연구소와 국립종자원, 강원특별자치도 감자종자진흥원은 우리나라 씨감자 생산을 책임지는 기관이다.

감자는 영양번식을 하는 작물로 주로 씨감자를 이용한다. 벼나 콩 같은 씨로 번식하는 작물에 비해 씨감자는 크기가 크기 때문에 초기 생육이 빠르고 재배기간이 짧다. 다만 씨감자가 한번 바이러스에 걸리면 계속해서 다음 세대로 바이러스가 이어지고, 생산량은 10~90%까지 감소될 수 있다.

씨감자 공급체계는 기본종-기본식물-원원종-원종-보급종 단계로 이뤄진다. 각 단계는 1년에 1단계씩 진행되기 때문에 기본종에서 농가에 공급되는 보급종까지는 5년이 걸린다.

농진청 고령지농업연구소는 이 같은 단계 중 기본종과 기본식물 생산 단계를 담당한다.

고령지농업연구소는 세계 최초로 기본종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한 수경재배 기술을 실용화했다. 유리온실에서 양분이 들어있는 물을 이용하여 1포기에서 평균 50개의 씨감자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수경재배를 통한 기본종 생산은 1~2명의 인력만으로 관리와 생산이 가능하며, 생산되는 씨감자도 10~30g 이상으로 크기 때문에 재배관리가 매우 쉬운 장점이 있다.

수경재배를 이용한 씨감자 생산기술은 해외로도 진출했다. 씨감자 생산 시스템이 없던 알제리를 비롯해 농진청이 추진하는 AFACI사업과 KOPIA 협력사업 등을 통해 베트남, 파키스탄, 케냐 등 아시아, 아프리카 뿐만 아니라 감자의 원산지인 에콰도르, 파라과이, 볼리비아 등에도 한국형 씨감자 기술이 지원되고 있다.

최근에는 도미니카에 기술이 지원돼 ㏊당 18톤이던 감자 생산성이 25톤으로 크게 향상되기도 하였다. UN 산하 감자 연구의 주관기관인 국제감자연구소(CIP)에서도 우리가 개발한 수경재배기술을 활용해 여러 다른 개발도상국들에게 지원하기도 한다.

씨감자 생산의 이후 단계인 원원종과 원종은 감자종자진흥원 산하 감자원종장이 망실에서 생산하고, 마지막 보급종은 노지 포장에서 씨감자 생산 전문 농가들이 만들어낸다. 감자를 재배하는 동안 씨감자 생산포장에 서로 다른 품종이 섞여 있는지, 병해충 피해는 없는지 등은 모든 기관이 협력해 철저한 관리를 한다.

강원도에서 생산되는 보급종은 연간 약 6500여 톤으로 우리나라 씨감자 소요량의 20% 규모다. 나머지 물량은 민간 씨감자 생산업체, 가공업체와의 계약재배, 충남, 제주 등에서 생산해 공급하고 있다.

2012년 봄감자용 씨감자 생산공급이 민간으로 이양됐지만 강원도에서 적절한 가격에 생산 공급하는 우량 씨감자가 있기 때문에 민간업체에서 씨감자 가격을 함부로 올릴 수 없다. 농진청 관계자는 "씨감자는 민간에서도 생산하고 있지만 강원도에서 생산하는 씨감자의 가격이 기준이 된다"며 "감자 생산비 안정과 물가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품종 개발도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 수미 품종은 1978년 장려품종으로 지정된 이후 최근까지 가장 많이 재배되는 감자 품종이다. 미국에서 육성됐지만 우리나라 봄 재배환경에 잘 적응했고, 감자 모양이 둥글면서 겉은 노랗고 속은 흰색으로 우리의 기호에도 잘 맞았다. 특히 농가에서도 재배하기 쉽고, 좋은 농약이 있어 씨감자 생산도 어렵지 않았기 때문에 농가와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았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바뀐 환경에 수미 품종의 적응성이 낮아져 수확이 줄어들고, 소비자들의 입맛이 변화하면서 새로운 감자 품종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농진청은 봄 재배용으로는 속이 노랗고 맛이 좋으며 갈변이 지연되는 '골든볼' 품종을 보급하고 있다. 또 연중 햇감자를 공급하기 위해 2기작 품종인 '은선'과 '금선'을 가을과 겨울에 재배하는 전남 보성과 전북 부안 지역에 공급하고 있다. 개발된 품종들은 현장실증시험을 통해 다양한 지역으로 보급을 확대해 국내 육성 품종의 재배면적 점유률이 2019년 16.9%에서 지난해에는 30%로 증가했다.

조지홍 농진청 고령지농업연구소장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씨감자 시스템을 갖추게 돼 자랑스럽고, 앞으로도 기후변화에 대응한 우수 품종 육성과 우량 씨감자 확대 보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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