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공지능(AI)발 전력·전선 ‘슈퍼 사이클’ 기대감이 증시를 휩쓸면서 HD현대그룹과 LS그룹 시가총액 규모가 크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년 만의 첫 강세 사이클인 전력기기 시장은 50년 만의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와 함께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신재생 에너지,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 등 신규 전력 수요까지 맞물리며 강세 사이클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두 회사의 질주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D현대 그룹 시가총액은 48조814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룹사 시총 순위 6위에 해당한다. 5위 포스코(67조9796억 원)와는 약 20조 원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당장 포스코를 넘어서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연초(33조3000억 원대) 대비로는 약 15조 원이 오른 수치다. 네이버, 셀트리온, 카카오, 에코프로 등을 차례로 제치면서 저력을 보였다.
연초 시총 급증 배경으로는 HD현대마린솔루션 신규 상장이 꼽힌다. 공모액 7000억 원, 시총 3조7000억 원으로 코스피 시장에 입성한 HD현대마린솔루션은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꼽힌 바 있다.
상장 후 최대 20만 원대까지 치솟으면서 그룹사 시총에 9조 원을 더한 바 있다. 현재 시가총액도 6조6000억 원 수준이다.
전력 슈퍼사이클도 한몫했다. HD그룹사 중 HD현대일렉트릭은 연초 대비 244.28% 올라 시가총액이 3배 넘게 뛰었다. 전력 인프라 업황 회복에 AI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센터 등 미국 전기 수요 증가에 따른 호황을 그대로 누리면서 주가도 폭등세를 맞은 것이다.
아울러 LS그룹도 함께 수혜를 누리고 있다. 연초 그룹 시가총액은 10조2000억 원대에서 현재는 16조9108억 원으로 약 6조7000억 원 규모로 몸집이 더 커졌다. 시총 순위도 19위에서 13위까지 크게 뛰어올랐다. 현재 12위인 롯데그룹(18조2033억 원)까지 사정권에 두고 있다.
그룹 시총 급등을 이끈 두 회사는 LS ELECTRIC, LS에코에너지(구 LS전선아시아)다. 연초 대비 각각 상승률이 215.57%, 103.35%에 달했다. 지주사 LS도 같은 기간 83.48% 오르며 힘을 더했다.
LS그룹은 전력망의 핵심인 전선을 중심으로 전선의 재료인 구리 제련과 전력망을 최종 공급하는 배전 등 모든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변압기는 LS ELECTRIC이 담당하고 있으며, 전선은 LS전선, 구리는 LSMnM 등이 담당한다. 이에 이번 전력 사이클 최대 수혜 회사로 꼽힌다.
한편, 그룹 내 매출 규모가 가장 큰 LSMnM이 아직 IPO를 하지 않았다는 점도 앞으로 그룹 시총 규모 상승 전망을 밝게 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변압기, 전선, 구리 등 전력기기 공급 부족은 시간이 갈수록 심화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는 전 세계 20개 변압기 업체가 있지만, 초고압 변압기 생산에 특화된 업체가 20%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발전소 전력의 송전, 배전에 필요한 전선 수요도 동시에 급증하고 있는 데다 변압기, 전선의 핵심 소재인 구리의 수요 증가까지 맞물리며 구리 가격이 2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