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현지시간) 찾은 오스트리아 빈 인근의 세계 최대 시멘트 기업 홀심의 매너스도프 시멘트 공장 한편에는 대체연료로 사용할 거대한 자원 보관소가 자리 잡고 있다. 1500㎡씩 3개의 구획으로 나뉘어 총 4500㎡의 공간에 900톤(t)의 자원 보관이 가능한 이 공간은 매너스도프 공장의 탄소배출을 크게 줄이는 핵심 시설이다.
보관소에는 트럭이 쉼 없이 폐기물을 쏟아 넣었지만, 각 구획에 설치된 문을 통해 냄새를 대체로 차단했다. 공장 관계자는 “트럭이 서면 자동으로 문이 열려 들어갈 수 있도록 했고, 바람 때문에 로딩에 불편을 겪지 않도록 설계됐다”며 “하루에 300~400톤 분량을 옮긴다”고 설명했다. 모인 자원은 공정을 거쳐 대체연료로 사용된다.
베어트홀트 크렌(Berthold Kren) 홀심 CEO는 “2022년 기준 열에너지 수요에서 대체 연료가 사용되는 비율은 81.5%이고, 지금은 90% 수준”이라며 “오스트리아 남부의 다른 플랜트의 경우 이미 97~98% 수준을 달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홀심은 시멘트 제조 공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클링커 사용 비율도 적극적으로 줄이고 있다. 이를 위해 건축 폐자재 등을 처리한 뒤 혼합, 분류해 대체원료로 사용한다. 베어트홀트 크렌 CEO는 “제품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클링커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장 내부에 마련된 설비에는 건축 폐기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공장 관계자는 “1시간에 50~60톤의 대체원료가 만들어진다”며 “금속 측정기로 금속을 분리하고, 5개의 분리기가 불필요한 물질을 골라낸다”고 말했다.
매너스도프 공장은 2000톤 정도의 건축 폐기물을 이용해 시멘트를 만들고 있고, 다른 대체원료도 찾고 있다. 바이오매스를 이용해 태우고 남은 재, 철강업계에서 나오는 슬래그 등이다. 20~25%의 대체원료를 사용하면서도 품질이 좋은 시멘트를 개발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연간 130만 톤의 시멘트를 생산하는 매너스도프 공장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공장으로 꼽힌다. 지난해 기준 시멘트 1톤을 생산하는 데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495kg으로 오스트리아 평균(534kg)을 크게 밑돈다. 순환자원 재활용률이 100%에 달하는 시멘트 공장을 보유한 독일(565kg)보다 낮은 수준이다.
홀심은 매너스도프 공장에 순환자원 재활용센터를 건립하고 2.2메가와트(MW)급 태양광발전 1단계 사업을 실행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15MW급 2단계 태양광 발전과 풍력발전 도입에 투자하고, 2026년에는 클링커 함량을 더 낮춘 저탄소 시멘트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온실가스 감축의 최종적인 수단으로 탄소 포집ㆍ활용(CCU) 설비를 도입해 시멘트 플랜트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재생 가능한 플라스틱으로 변환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피터 호디노트 전 유럽시멘트협회장은 “유럽은 탄소중립 방안으로 클링커 사용 축소를 통한 저탄소시멘트 생산 확대와 순환자원 재활용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을 확대한 후 궁극적으로 탄소 포집‧활용ㆍ저장(CCUS) 기술을 대규모로 도입할 계획”이라고 짚었다.
이어 “한국 시멘트업계도 다소 정체돼 있는 순환자원 재활용율을 유럽 수준으로 빠르게 상승시키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