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 주행에서 센서는 사람의 ‘눈’ 역할을 맡는다. 시시각각 변하는 주변 환경을 센서를 통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 경우 정상 자율 주행 기능을 기대할 수 없다. 즉 센서는 인지-판단-제어로 이어지는 자율 주행 기능의 작동을 위한 첫 단추인 ‘인지’ 단계의 핵심 기술인 셈이다.
이로 인해 완성차 기업들은 더욱 완벽한 자율 주행을 구현하기 위해 각자의 방법으로 센서를 구성한다. 테슬라의 경우 카메라만 활용해 센서를 구성한 반면 현대자동차그룹 등 대부분의 완성차 기업은 카메라, 레이더(RADAR), 라이다(LiDAR)를 적절히 활용하는 ‘센서 퓨전’을 통해 인지 정확성을 높이고 있다.
세 가지 종류의 센서 모두 장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최근 업계에서는 레이더에 주목하고 있다. 악천후 상황에서도 성능 저하가 적을 뿐더러 원거리에서도 거리와 속도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라이다에 비해 저렴한 가격도 큰 장점이다. 시장에서는 레이더가 2022년 약 2650만 개 활용됐으나 2030년에는 8680만 개 사용되는 등 빠르게 산업 규모를 키워나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레이더 업계에서 이미 두각을 드러낸 기업이 있다. 스마트레이더시스템(SRS)이다. SRS는 자율 주행 차량용 레이더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 비모빌리티 분야까지 레이더 활용을 늘리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김용환 SRS 대표는 “SRS는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협업하고 있는 4D 이미징 레이더 톱티어 기업”이라며 “레이더의 ‘에브리띵 스토어(Everything Store)’ 개념을 바탕으로 레이더를 통해 세상과 고객의 가치를 높여나가는 회사”라고 소개했다.
2017년에 설립된 SRS는 인공지능(AI) 인지기술, SDIR 등 독자 기술을 바탕으로 4D 이미징 레이더 센서를 개발하고 이를 완성차 기업 등에 공급하고 있다.
기존 3D 레이더가 거리, 방향, 상대 속도 3가지만 계산했다면 4D 이미징 레이더는 여기에 ‘높이’까지 식별한다. 물체 자체의 높이 혹은 물체가 도로로부터 얼마나 떨어진 높이에 있는지 파악함으로써 주변 환경에 대해 더욱 풍부한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SRS는 독자적인 4D 이미징 레이더 기술 개발을 위해 70여 명의 인력 중 약 65%를 연구개발(R&D) 인력으로 채우는 등 연구개발 중심의 조직을 갖췄다.
김 대표는 “SRS는 특히 ‘안테나 설계 부분’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며 “글로벌 경쟁사 대비 적은 수의 안테나로 고해상도의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얻어내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기술까지 확보한 것이 SRS가 가진 강점”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연구개발 강화를 통해 만들어 낸 글로벌 선두 수준의 제품으로 여러 파트너를 확보하기도 했다. 제너럴모터스(GM),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HL클레무브 등 모빌리티 관련 기업들과는 소프트웨어중심차(SDV)에 적용할 차세대 이미지 레이더를 개발하는 등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SRS는 레이더를 자율주행 센서 이외에도 다양한 산업군으로 활용처를 넓히고 있다. 모빌리티 분야만 보더라도 차량·자율주행용 외에 드론, 특장차량 등에 레이더를 적용하고 있다. 비모빌리티 분야에서는 낙상사고 등 사고 예방, 가전제품 에너지 절감 등에 레이더를 활용하며 헬스케어·산업·스마트시티 등으로 레이더의 활용처를 넓혔다. 레이더의 기반을 둔 기술·제품으로 여러 가지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미 LG전자, 아마존 프라임 에어, 현대건설기계 등 다양한 산업군에 주요 고객사를 두고 있기도 하다.
김 대표는 “SRS의 레이더 기술을 바탕으로 고객사의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다양한 산업군의 회사에 SRS의 레이더가 들어간 제품이 많다. SRS가 일종의 ‘혁신의 인에이블러(Enabler, 조력자)’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RS는 국내에 본사를 두고 지난해 8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국내 기업이지만 해외 시장을 먼저 공략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성장해왔다. 글로벌 기업들을 주요 고객사로 확보하면 역으로 국내 고객사를 확보하거나 국내 시장에서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실제로 해외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강조해온 결과 지난해 기준 SRS의 해외 매출 비중은 59%에 달했다.
김 대표는 “국내 기업들은 파트너를 선택할 때 이 회사가 괜찮은 회사인지 글로벌 시장의 잣대를 가지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 문화가) 모험적인 미국, 비교적 조심스러운 일본 두 곳을 공략하는 데 성공하면 기업으로서 좋은 레퍼런스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SRS가 이처럼 글로벌 기업들을 공략하고 국내 대기업과도 협업 할 수 있었던 비결에는 김 대표의 경력이 큰 영향을 끼쳤다.
김 대표는 1997년 미국의 통신 장비 제조 및 서비스업체 ‘시스코(CISCO)’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현지에서 스타트업을 창업했으나 9·11 테러로 사업 환경이 어려워지자 통신 기업 AT&T로 근무지를 옮겼다. 2003년부터는 LG그룹에서 약 16년 간 근무했는데, 이때 여러 신사업을 준비한 경험도 스타트업을 키우는 데 밑거름이 됐다.
김 대표는 “LG전자에서 홈 IoT 사업, 에너지 매니지먼트 사업, 조명 사업 등을 처음부터 기획해보며 일종의 스타트업을 경험했다”며 “연구개발부터 양산, 마케팅까지 맡아본 경험이 현재 SRS를 꾸리며 굉장히 도움됐다”고 말했다.
SRS는 레이더를 중심으로 솔루션을 제공하지만 센서 구성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가령 카메라의 경우 물체를 정확히 인식하는 데 장점이 있고, 라이다는 물체의 세부적인 형태까지 포착할 수 있는 등 장단점이 다르기 때문에 레이더를 센서 퓨전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미 SOS랩과 라이다를 사용하는 등 협업을 하고 있다. SRS는 레이더 외에도 라이더, 카메라 등 다양한 센서 형태에 구애받지 않을 것”이라며 “협업을 통해 센서 퓨전을 구성하고, 이를 통해 고객사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SRS는 주요 고객사인 GM과 현대모비스 등의 양산 제품 공급을 시작으로 매출을 빠르게 늘려나갈 계획이다. 사업화가 확정된 매출액은 2025년 기준 약 938억 원으로, 지난해 매출액인 40억 원 대비 13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김 대표는 “현재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지난해 상장을 통해 얻은 자금을 활용해 미국 시장을 확대하고, 유럽처럼 현재 진출하지 못한 시장까지 진출해서 SRS의 기술을 전 세계에 보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