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도 특허소송은 해외로…“판결 영향력 키우자는 취지”
대법원이 특허 분쟁 관련 국제재판부를 활성화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 지식재산 분쟁이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만큼 국내 시장에서도 판결의 영향력을 키운다는 취지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전날 ‘국제재판부 활성화 방안에 관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특허법원 국제재판부가 있긴 하지만 활성화됐다고 보긴 어렵다”며 “싱가포르, 프랑스, 중국 등 국제법원의 설립 경과와 현황 및 실무를 종합 비교하는 등 국제재판부 활성화를 위한 연구”라고 설명했다.
특허권자는 국제특허출원(PCT) 제도에 따라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동일한 내용의 특허를 등록할 수 있다.
이에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지식재산분쟁이 증가하고 있는데, 특허소송 사건은 주로 미국과 독일 법원에 몰린다고 한다. 두 국가 모두 시장이 크고, 특허권자에게 우호적인 판결을 하는 경향 때문이다.
반면 한국 시장은 규모가 작아 가처분이나 침해 소송으로 얻는 이익이 크지 않은 탓에 한국 기업조차도 미국과 독일에서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국내 법원이 특허권자에게 유리한 절차적, 실체법적 제도(손해배상 증액 등)를 시행하더라도, 판결의 영향력과 파급력이 낮아 분쟁해결 장소로 선택되기 어렵다는 게 행정처의 판단이다.
또 외국인 당사자들에게 생소한 한국어로 재판이 진행되는 점, 외국인에게 소송대리권이 폭넓게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 미국 또는 유럽과 소송제도가 다르다는 점 등도 특허소송에서 국내 법원을 제외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해 출범한 유럽통합특허법원(UPC)이 국제적 특허분쟁에서 선호되는 법정지(法廷地)로 부상하는 만큼, 행정처는 이에 대응하기 위한 아시아 연합 지식재산법원 설립도 염두에 두고 있다.
다만 아시아 국가들의 합의, 지식재산권 등록제도와 연계, 법 개정 등이 필요하므로 아시아 연합 지식재산법원은 장기적 과제로 두고, 우선 국내에서 국제재판부 활성화 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국제 특허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법원 설립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국제분쟁해결시스템 연구회는 이달 2일 대법원에서 창립총회 겸 학계와의 공동연구회를 열고 노태악 대법관을 회장으로 선출하기도 했다.
노 대법관은 기조연설에서 “우리 법원이 세계적으로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며 “세계 분쟁이 생기면 대한민국 법원에 가서 재판을 받아보자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것이 우리 연구의 궁극적 목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