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법저법] 정규직 전환 기대했는데 계약종료 통보…계속 일할 수 있을까요?

입력 2024-06-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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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근 법무법인 오라클 변호사

법조 기자들이 모여 우리 생활의 법률 상식을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 가사, 부동산, 소액 민사 등 분야에서 생활경제 중심으로 소소하지만 막상 맞닥트리면 당황할 수 있는 사건들, 이런 내용으로도 상담받을 수 있을까 싶은 다소 엉뚱한 주제도 기존 판례와 법리를 비교·분석하면서 재미있게 풀어드립니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물류회사에서 오퍼레이션 업무를 담당했던 근로자입니다. 업무가 적성에 맞고 실적도 좋아서 계약기간(2년)이 만료되는 이번 달 말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는데, 회사에서 근로계약 종료를 통보했습니다.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계약직 근무기간이 끝나도 근로계약을 갱신할 수 있는지 최형근 법무법인 오라클 변호사와 함께 자세한 내용을 짚어 봤습니다.

Q.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근로계약이 곧바로 종료되나요?

A. 기간을 정해 근로계약을 체결한 계약직 근로자의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되면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됩니다.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갱신 거절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퇴직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은 ‘사용자가 예외 사유가 없거나 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 그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다수의 기업에서 2년의 계약기간이 끝나면 근로계약을 종료하고 있습니다.

다만 계약기간이 만료되더라도 계약직 근로자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회사가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효력이 없습니다. (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7두1729 판결 등)

Q. 회사의 계약직 규정에 계약갱신 관련 조항이 없어도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수 있나요?

A. 대법원은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이 만료되더라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를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7두1729 판결 등 참조)”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계약직 관련 규정에 갱신 관련 조항이 있는 경우에는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러한 조항이 없다고 하더라도 업무의 내용, 정규직 전환 기준의 존부, 정규직 전환 사례의 존부 등을 고려해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계약직이어도 담당 업무와 평가 기준, 근무 실적이 다를 수 있으므로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는 개별 근로자의 구체적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채용공고에는 ‘정규직’이라고 명시돼 있었는데, ‘계약직’ 근로계약서 작성을 요구받은 경우 문제를 제기할 수 있나요?

A. 채용절차공정화법 제4조(거짓 채용광고 등의 금지) 제2항에 따르면 회사는 채용광고에서 제시한 근로조건을 구직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해서는 안 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따라서 채용공고와 다른 계약직 근로계약 체결을 요구받는 경우에는 이러한 사정을 노동청에 진정할 수 있습니다.

부득이 계약직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경우, 추후 계약기간 만료로 근로계약 종료 통보를 받게 되면 채용공고의 내용이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Q.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면 곧바로 정규직으로 전환되나요?

A.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근로자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사용자가 이를 배제하고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를 별도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 여건,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 직무의 내용, 근로계약 체결경위, 근로계약의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와 운용 실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지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갱신 거부의 사유와 절차가 사회통념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하고, 그러한 사정에 관한 증명책임은 사용자가 부담”합니다. (대법원 2017. 10. 12. 선고 2015두44493 판결 등)

따라서 계약직 근로자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회사가 근로계약 갱신 거절의 구체적인 사유와 평가방식, 절차의 합리성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부당해고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Q. 근로계약 종료의 부당함을 다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A. 갱신기대권이 인정될만한 사정이 있음에도 부당하게 근로계약이 종료된 경우, 관할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거나 관할 법원에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법률 자문해 주신 분…

▲ 최형근 법무법인 오라클 변호사

▲최형근 법무법인 오라클 변호사

최형근 변호사는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법학전문 석사학위를 취득(수석 졸업), 제5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했습니다. 법무법인 오라클의 파트너 변호사로서 공인노무사 자격과 업무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인사노무 분야의 소송 및 자문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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