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뎌지는 분양 속도, 5월까지 30% 못미쳐…하반기엔 더 느려진다

입력 2024-06-0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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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구조조정과 함께 하반기에는 아파트 신규 분양 속도가 더욱 느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5월 기준 신규 분양이 목표치의 30%도 채우지 못한 상황에서 공급 부족 우려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향후 3년간 수도권 입주물량이 지난 3년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는 데다, 인허가도 줄어들어 공급 축소가 이어질 예정이다.

2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부터 3년(2025년~2027년) 수도권에는 총 23만4660가구(임대 제외)가 입주할 전망이다. 이전 3년(2022년~2024년) 입주물량인 44만6595가구의 절반(52.5%) 수준이다.

서울은 2026년 입주량이 전년 대비 13.6%(3255가구)로 감소하고, 인천 역시 2026년부터 직전해 입주가구의 64.1%(1만4475가구)로 줄면서 감소가 본격화된다. 경기도는 내년에 올해의 59.5%(5만9419가구)만 입주할 예정이다.

당분간 공급 확대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주택 공급 계획도 줄어들고 있어서다. 우선 인허가 물량이 감소세에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택 통계에 따르면 올해 4월 인허가는 2만7924가구로, 전년 동월(3만3201가구) 대비 15.9% 감소했다. 4월까지 누적된 숫자를 기준으로 해도 전년 동월보다 21.1% 감소한 10만2482가구에 그친다. 지난 2년(2022년~2023년) 평균 수도권 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19만7192가구로, 과거 10년 평균 인허가 물량 28만7110가구의 68.6%에 불과하다.

착공 실적도 미미한 수준이다. 올해 4월까지 착공 물량은 총 8만9197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29.6% 증가하기는 했지만, 2022년 1~4월 실적(11만8525가구)에 비해서는 24.7% 감소한 수치다. 1분기를 기준으로 보면 지난 3년간 꾸준한 감소세가 보인다. 올해 착공 실적은 5만9225가구로, △2021년 1분기 14만8282가구 △2022년 1분기 10만7884가구 △2023년 1분기 6만7734가구 등 매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올 1분기 수도권 착공 실적은 2만4165가구로, 2021년 1분기 실적(7만4027가구)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지방 역시 지난 1분기 7만4255가구가 착공 됐고, 올 1분기 3만5060가구가 착공돼, 절반 넘게 줄었다.

실제로 분양 속도는 저조한 상황이다.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에 따르면 지난 달 9일 기준 올해 전국 아파트 분양 예정 물량의 공급 실적(분양 진도율)은 27.7%로 조사됐다. 연초 계획한 분양 물량은 33만5822가구였지만 실제 분양 물량은 9만2954가구에 그쳤기 때문이다. 5월이 넘어선 시점에도 분양 진도율이 30%를 넘기지 못하면서 주택 공급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특히 대구는 분양 계획 8601가구 중 1096가구만 분양돼 분양 진도율이 12.7%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경기(26.3%) △경남(22.7%) △충북(21.1%) △부산(16.9%) △서울(13.6%) 등은 분양진도율이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

미분양 적체가 장기화하는 지역이나 기분양 사업지 청약 경쟁이 저조한 지역에서 분양을 미루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4월 기준 미분양 주택은 총 7만1997가구로, 전월 대비 10.8% 늘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1만2968가구로 전월 대비 6.3% 증가했다. 대구와 경기의 경우 미분양 주택은 각각 9667가구, 9459가구에 달한다.

하반기 착공 실적과 분양 속도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PF 부실 이슈와 더불어 금융당국의 PF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주택 공급이 더딜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30일 리포트를 통해 "하반기 들어 아파트 신규분양 속도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타이트한 PF 대출 관리 하에 아파트 신규 분양은 당분간 25~30만 가구 수준으로 축소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PF를 일으키기 쉽지 않으니, 인허가를 받았어도 착공에 엄두를 못 내는 사업장이 많다"며 "앞으로 점점 새 아파트를 보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 아파트 공급이 '절벽' 수준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분양권 거래도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1분기 수도권 분양권 거래는 3090건으로 작년 4분기(2851건) 대비 약 8% 증가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PF 대출 연착륙 방향에 따라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고 있고 인허가 감소에 대한 불안 등은 정부도 인지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공급 정책에 더 공을 들일 것으로 보여 상황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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