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사람과 영상 통화를 한다?…'원더랜드'가 그리는 삶과 죽음

입력 2024-05-31 18:39수정 2024-05-31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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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찍으면서 '인공지능이 인간과 정서적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인공지능과 함께 사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김태용 감독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원더랜드'제작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원더랜드' 언론 시사회에서 김태용 감독은 "결국 남겨진 사람들이 어떻게 이별하고, 나의 그리움을 인공지능이라는 기계와 어떻게 나눌 것인가 대한 영화"라며 연출 소감을 밝혔다.

이날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원더랜드'는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해 산 사람에게 영상 통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독특한 설정의 영화다. 제목이기도 한 원더랜드는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영화에서 탕웨이는 엄마와 딸을 두고 사망한 뒤 인공지능으로 복원된 '바이리' 역할을 맡았다. 수지는 의식불명 상태로 장기간 입원 중인 남자친구 태주(박보검 분)를 인공지능으로 복원한 '정인' 역할을 맡았다. 최우식과 정유미는 원더랜드에 소속된 직원 '현수'와 '해리' 역할을 맡았다.

이날 김태용 감독은 "인공지능이 등장하면서 진짜와 가짜를 넘나드는 세계가 시작됐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조금 비틀어서 표현하면 진짜가 가짜가 되고, 가짜가 진짜가 되는 세계가 도래한 셈이다.

▲배우 정유미(왼쪽부터), 최우식, 박보검, 수지, 탕웨이, 김태용 감독이 3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원더랜드'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영화는 감독의 말처럼 기본적으로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다. 동시에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을 두고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로 읽을 수도 있다. 원더랜드라는 제목이 그것을 말해준다. 원더랜드에는 산 사람이 존재할 수 없다.

원더랜드에 사는 바이리는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다. 여기서 말하는 정체성이란 내가 산 사람인지 죽은 사람인지다. 원더랜드 속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모르지만, 바이리는 시스템 오류로 인해 자신이 다시 현실로 복귀해 엄마와 딸을 만날 수 있다고 착각한다.

한편 태주를 인공지능으로 복원한 정인은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의식불명 상태에 있던 태주가 깨어나면서 정인은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이미 영상 속에 있는 태주에 너무 익숙해진 탓이다. 정인은 바로 옆에서 살아 움직이는 태주에 묘한 불편함을 느낀다.

'원더랜드'는 죽은 사람을 다시 인공지능으로 복원해 산 사람과 교감할 수 있다는 설정이 기본 뼈대다. 하지만 이를 통해 영화가 진정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죽은 사람은 영원히 산 사람 곁으로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이다.

▲영화 '원더랜드' 포스터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는 이 같은 사실을 전하면서 윤리적 문제에 봉착한다. 원더랜드 속 사람들은 명백하게 죽었다. 하지만 바이리가 가족을, 태주가 정인을 생각하는 마음을 보고 있으면 여전히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상 통화 서비스 종료 권한은 산 사람에게 있다. 태주가 깨어나자 정인은 서비스를 종료하는데, 영상 속 태주가 사라지는(혹은 죽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영화의 설정이 조금 잔혹하다는 생각도 든다. 감독의 말처럼 인공지능이 등장하면서 진짜와 가짜를 넘나드는 세계가 됐다면, 영상 속 태주도 진짜일 수 있다.

영화는 이러한 윤리적 문제를 다소 느슨하게 봉합하는 것처럼 보인다. 가짜가 진짜가 되고, 죽음이 삶이 되는 시대가 도래한다면 정말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원더랜드'는 바로 이 물음 속에 있다. 이날 배우들 대부분 영화 속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물음표를 제기했다. 이 물음표 역시 영화가 관객에게 던지는 하나의 메시지일 것이다.

김태용 감독이 연출하고 탕웨이, 정유미, 최우식, 박보검, 수지 등이 출연한 영화 '원더랜드'는 내달 5일 일반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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