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산 확대 이어 '예타 폐지'…신규사업 추진 최대 2년 단축한다

입력 2024-06-0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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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과기정통부)

정부가 내년 연구개발(R&D) 예산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이고, 예비타당성조사를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예타 폐지는 올해 삭감됐던 R&D 예산을 내년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린다는 방침에도 불구하고 이공계 기피 현상 심화, 우수 인력 이탈 등 반발이 거세지자 성난 과학기술계를 달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일부 신규 사업의 경우 예타를 폐지해 연구 착수까지 2년 이상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정부는 글로벌 패권시대 선제적 기술 확보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R&D의 신속성을 강화하고 창의·도전적 연구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R&D 분야 예타 제도를 개선하는 대신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1000억 원 이상의 대규모 R&D사업에 대해서는 보완절차를 마련해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획재정부는 제8회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에서 연구개발 예비타당성조사 폐지에 대한 세부 추진방안으로서 ‘대형 국가연구개발사업 투자·관리 시스템 혁신방안’을 최종 의결했다고 4일 밝혔다.

류광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예타 폐지 후속조치 브리핑’에서 “예비타당성조사 제도는 기획부터 예산 반영까지 통상 3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돼 국가 정책적으로 필요한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최첨단 기술 분야의 대규모 사업의 신속한 착수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며 “대형 국가연구개발사업 투자·관리시스템 혁신방안은 R&D 예타 폐지의 취지인 신속한 연구개발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사업 기획 완성도 제고와 재정건전성 확보에 초점을 맞춰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R&D분야의 예타는 원칙적으로 폐지되며 1000억 원 미만의 모든 사업은 일반적인 예산편성 과정을 통해 사업을 추진한다. 이에 따라 500억 원~1000억 원 규모의 신규사업 착수는 예타 폐지 전보다 2년 이상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000억 원 이상의 기초·원천연구, 국제공동연구 등 연구형 R&D 사업은 예산요구 전년도 10월부터 사전 전문검토를 실시한다. 전문검토는 사업의 당락을 결정 짓는 것이 아니라 기획을 보완하는 데 중점을 둘 방침이다. 검토결과는 다음 해 3월에 각 부처로 통보되며, 각 부처는 이를 바탕으로 기획을 보완해 차년도 예산을 요구하게 된다.

정부는 1000억 원 이상의 구축형 R&D사업이 내실있게 추진되고 재정건전성이 확보되도록 사업 유형과 관리 난이도에 따라 차별화된 절차를 적용하는 맞춤형 심사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기술개발이 필요 없고 사업관리 난이도가 낮은 단순 연구장비도입/공간조성형 사업은 사업기본계획만 심사해 신속하게 사업추진 여부를 결정한다. 기술개발이 수반돼 사업관리 난이도가 높은 연구시설구축/체계개발사업은 체계적인 R&D추진과 리스크 저감을 위해 사업기본계획과 세부추진계획을 검토하는 단계심사 제도를 적용한다.

각 부처는 예산편성 시 모든 R&D사업을 지출한도 내에서 편성토록 하고, 매년 예산심의 단계에서 사업수행 건전성을 지속 점검・관리해 재정건전성과 각 부처의 책임성도 강화할 계획이다. 류 본부장은 예타를 폐지할 경우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부처가 지출 한도 내에서 가지고 온다고 무조건 사업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고 R&D 사업의 경우 혁신본부에서 예산 배분 조정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심의를 하게 돼 있기 때문에 한 번 더 걸러질 것”이라며 “이 사업이 국민의 소중한 세금이 쓰이기에 (사업화가) 어렵다고 하면 심의 단계에서 걸러낼 수 있기에 부처에서 (도덕적해이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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