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더, 시세 변동 적고 자금 출처 확인 어려워 자금세탁 용이
올해 초 코인 OTC 개설자 특금법 위반죄로 구속 기소
“테더 사고팝니다. 시장 최고가 구매, 시장 최저가 판매”
여의도역 근방 금융감독원에서 1km가 채 되지 않는 거리 스테이블코인인 테더를 비롯해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을 매매한다는 업장 창문에 붙어있는 문구였다. 업장은 영업 준비를 위한 막바지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1달을 앞둔 시점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불공정거래를 엄벌하겠다고 선언한 와중이다.
최근 가상자산, 특히 테더를 이용한 개인 간 장외거래(OTC)가 성행하고 있다. 익명 메신저인 텔레그램뿐만 아니라 네이버 밴드 등에서도 테더를 매매한다는 글이 수시로 올라오고 있다. 테더는 달러와 가격이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으로 자금세탁 도구로 이용될 여지가 크다. 시세 변동이 크지 않다는 측면과 거래 여부나 자금 출처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 자금세탁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해당 메신저에서는 “테더 35만 개 처분, 1억 이상만 연락 달라”는 식의 거래자를 구하는 글은 물론 “모든 세탁 문의 가능하다”는 식의 노골적인 자금세탁 유도글도 존재했다.
이제는 온라인을 통한 장외거래뿐만 아니라 자리를 잡아 두고 가상자산을 매매하는 행위도 발견되고 있다. 이번에 확인된 업장 외에도 포털 사이트를 검색해보면 강남, 종로 등 이미 같은 사업을 하는 곳을 여러 군데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업체들 중에서는 과거 국내에서 가상자산 거래소 대표로 있었던 인물들이 등기된 곳도 있었다. 당시 운영되던 거래소들은 2021년 당시 특금법이 시행되면서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지 못하고 사업을 종료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있는 법조계 관계자는 “거래소의 경우 KYC(고객확인의무)와 STR(의심거래보고)를 하기 때문에 누가 매매했는지 확인할 수 있지만, 이런 형태의 거래는 암거래로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가 없다”며 “자금세탁 가능성뿐만 아니라 원칙적으로 미신고 영업 행위이기 때문에 특금법 위반 행위”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내국인을 대상으로 가상자산을 직접 판매하거나 구매 연계 등을 지원하면 특금법(특정금융정보법)상 신고 대상에 포함된다.
이 관계자는 “제재 대상으로 등록된 블랙리스트의 지갑 주소는 역으로 추적할 수 있지만, 이런 경우에는 하나하나 지갑을 확인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자금 출처를 밝혀내기도 힘들다”며 “개인 투자자가 대규모의 테더를 매매할 이유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초에는 코인 OTC 거래를 중개한 개설자가 특금법 위반죄로 구속기소 된 사례도 있었다.
올해 1월 12일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 합동수사단(단장 이정렬)은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국내 최대 OTC 거래소’라고 광고하며 5800억 원대 가상자산을 장외거래해 음성적 자금세탁 거래를 조장한 미신고 불법 가상자산 업체를 최초로 수사하여 업주 1명을 특금법 위반죄 등으로 구속 기소하고, 직원 4명을 불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