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보다 7700억 달러 증가
고물가에도 소비 촉진하는 원동력
부의 불평등 심화 등 부작용은 우려
미국인들이 뉴욕증시 호황과 고금리로 사상 최대 투자소득을 올렸다. 이는 미국의 견실한 소비를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올해 1분기에 이자와 배당금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약 3조7000억 달러(약 5080조 원)를 벌었다고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 상무부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4년 전보다 약 7700억 달러 늘어난 것이다.
또 미국인들이 주식·부동산·연금 등으로 보유한 자산도 지난해 4분기 기준 사상 최대 수준에 이르렀다.
이렇게 투자소득과 가계자산이 늘어난 것은 완전 고용에 가까운 노동시장, 임금 상승세 등과 함께 미국인들이 높은 인플레이션에도 소비를 지속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소위 ‘부의 효과’가 소비를 어느 정도까지 견인할지, 그리고 그 영향이 경제활동을 얼마나 오랫동안 촉진할 수 있는지에 의견이 분분하다고 WSJ는 전했다.
가령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정부 부채와 20년 만에 가장 높은 금리로 인해 미국 정부의 1분기 국채 이자 비용만 1조1000억 달러에 이른다. 고금리로 인한 높은 대출비용으로 인해 중소기업,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을 원하는 예비 주택 구입자, 신용카드 부채가 쌓이는 저소득층 미국인의 부담이 커지는 측면도 있다. 다시 말해 주택·주식 같은 자산을 이미 소유한 백인·부자·고학력자·베이비붐 세대들을 향한 부의 쏠림 현상이 커지면서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또 미국인들이 활발히 소비하면서 안 그래도 높은 물가가 더 올라갈 것으로 우려된다. 무엇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하 시작의 전제 조건으로 내건 인플레이션 목표치 2%에서 멀어질 우려가 있다. 지금의 뉴욕증시 상승 주요 동력 중의 하나는 향후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현금이 풍부한 기업이나 머니마켓펀드(MMF)에 저축하는 미국인들은 투자수입 증가라는 혜택을 볼 수 있다.
투자소득 향상에 힘입어 많은 미국인이 레스토랑이나 호텔, 소매업체에서 왕성하게 현금 소비를 하면서 경제 선순환을 이끌고 있다. 앨라배마주에 거주하는 한 퇴직자 부부는 WSJ와 인터뷰에서 “우리 부부는 ‘토끼와 거북이’ 중 ‘거북이’와 비슷하다”며 “주식 배당금을 포함해 수십 년간 느리지만 꾸준하게 투자한 결과 딸 중 한 명을 수의학과에 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딸들은 물가를 매우 우려하고 있지만,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든든한 투자소득으로 인해 지금의 고물가 고금리 환경을 버틸 수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 열풍도 미국인들이 사상 최대 투자소득을 누리는 데 일조했다. 일반적으로 고금리 환경에서는 기업의 향후 예상이익을 바탕으로 부여하는 현재 가치가 잠식돼 주가가 하락 압박을 받기 쉽다. 그러나 AI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기술기업과 칩 제조업체, 심지어 전력업체의 주가를 끌어올려 뉴욕증시 벤치마크 S&P500지수는 이날까지 포함해 무려 25차례나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