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인구동향을 보면 올해 1분기 출생아 수는 6만474명,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인 합계출산율은 0.76명을 기록했다. 둘 다 1분기 기준 역대 최저치다. 1분기 합계출산율이 0.8명 밑으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출생아 수는 줄었지만, 사망자 수는 늘면서 인구는 3월에만 1만1500명 가까이 감소했다. 인구 감소는 2019년 11월부터 이어지고 있다.
이런 추세가 크게 변하지 않으면 현재 5100만 명이 넘는 우리나라의 총인구는 불과 20여 년 뒤인 2045년 5000만 명 이하로 줄고 또 그 20년 뒤에는 4000만 명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인구를 나이 순서로 나열할 때 한가운데 있게 되는 사람의 연령은 2022년 44.9세에서 2031년 50세, 2056년 60세가 넘는다.
출생자가 줄고 나이 든 사람이 많아지면 일할 사람이 부족해진다. 이는 소비 활력 저하, 내수 붕괴로 이어지고 노인 부양 부담을 키워 경제를 구조적 초저성장으로 몰아넣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서서히 말라 죽는 단계에 접어들 날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의미다.
불행한 미래를 가속하는 저출생의 원인은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그중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돈 문제'다. 주변에서 자녀를 부족함 없이 키우는 게 낫다고 생각해 둘째 아이를 포기한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돈 문제의 핵심에는 집이 있다. 대부분 내 집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고 매월 적어도 백만 원 안팎에서 많으면 수백만 원 이상의 은행 빚을 수십 년간 갚아야 한다. 여건이 괜찮은 셋방살이를 하려 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보통의 월급쟁이에게 사실상 다른 방법은 없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조사를 보면 지난해 상용근로자의 연임금총액(성과급 등 포함)은 평균 4781만 원이고 KB부동산 기준으로 서울의 중소형 아파트(전용면적 60㎡ 초과~85㎡ 이하) 평균 매맷값은 11억5000만 원 정도다. 평균 수준의 맞벌이 부부가 임금 전부를 쏟아부어도 서울 중소형 아파트 한 채를 사는 데 12년이 걸린다는 의미다.
이런 현실에서 다자녀 가정이나 출산, 결혼을 포기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런데 뒤집어 보면 집 문제가 해결되면 저출생을 극복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쉬운 숙제는 아니다. 뚜렷한 해법이 제시될지도 미지수다. 다만 기존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거나 점진적인 방식으로 안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과감하고 빨라야 한다. 그동안 나온 해법이 대체로 큰 효과를 못 냈고 예고된 재앙을 피할 시간도 많지 않다는 점에서다.
그런 면에서 최근 서울시의 신혼부부 주택 확대방안은 의미가 있다. 서울시가 도입하기로 한 장기전세주택은 다자녀 가점을 적용하지 않아 자녀가 없는 신혼부부나 예비부부가 입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입주 후 출산 자녀 수에 따라 혜택이 확대된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물론 저출생 문제의 획기적 변화를 만들기에는 힘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당장 나타날 정책효과의 강도보다는 수혜자의 주거부담이 확실히 줄고 적극적인 출산 의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중요하다.
분명한 성과를 보여준다면 다양한 분야에서 또 다른 새로운 발상, 과감하고 파격적인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실행되면서 '집 걱정 때문에 아이를 포기한다'라는 얘기가 사라지길 기대해봐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