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 극복 위해 가성비 전기차 잇달아 출시
초고가 전기차로 구매력 갖춘 소비자도 공략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의 수요 둔화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전기차 가격의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 극복을 위해 저렴한 전기차 모델을 내놓거나, 캐즘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 초고가 전기차를 출시하며 대응하는 모습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최근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3의 계약을 시작했다. EV3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적용한 기아의 첫 소형 전기차다. 그간 저가 전기차에 주로 적용되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아닌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사용해 주행거리도 최대 501㎞(롱레인지 모델 기준)까지 늘렸다.
기아는 EV3를 통해 전기차 캐즘을 극복하고 대중화를 이끌겠다는 계획이다. 그만큼 가격경쟁력 확보에 주력했다. 전기차 세제 혜택과 구매 보조금이 모두 적용되면 스탠다드 모델은 3000만 원 초중반, 롱레인지 모델 3000만 원 중후반에 구매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대차도 경형 SUV 캐스퍼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며 전기차 대중화에 가세한다. 기존 모델에서 전장을 소폭 늘려 소형차로 출시되며 NCM 배터리가 탑재될 전망이다. 가격대는 2000만 원대 후반에서 3000만 원대 초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KG모빌리티(KGM)도 최근 준중형 전기 SUV ‘코란도 EV’를 출시했다. 코란도 EV는 KGM의 첫 전기차이자 국내 첫 준중형 전기 SUV인 ‘코란도 이모션’의 상품성을 높이고 이름을 변경한 모델이다. 정부 및 지자체 보조금을 받으면 2000만 원대 후반에서 3000만 원대 중반에 구매할 수 있다.
수입차 업계도 가성비 전기차 경쟁에 뛰어들었다. 볼보코리아는 소형 전기차 EX30을 이달 말부터 순차적으로 출고한다. EX30의 가격은 4945만 원부터 시작하며 보조금을 적용하면 4000만 원대 초반으로 구매할 수 있을 전망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가격경쟁력을 전기차를 내놓으면서도 동시에 초고가 전기차 라인업을 확보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가성비 전기차가 대중화를 위한 전략이라면, 초고가 전기차는 캐즘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구매력을 갖춘 소비자를 겨냥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아우디코리아는 이날부터 대형 전기 SUV ‘Q8 e-트론’의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Q8 e-트론은 아우디가 브랜드 최초로 선보인 전기 SUV 아우디 e-트론의 부분변경 모델이다. 가격은 1억860만 원부터 시작한다.
제너럴모터스(GM)의 고급 브랜드 캐딜락은 최근 국내 시장에 준대형 전기 SUV ‘리릭’을 출시했다. 리릭은 올해 1분기 북미 전기차 시장에서 럭셔리 브랜드 중 단일 모델 판매 1위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시장에는 스포츠 단일 트림으로 출시되며 판매 가격은 1억696만 원이다.
현대차는 연내 대형 전기 SUV인 ‘아이오닉 9’을 선보일 예정이다.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6에 이어 2년 만에 선보이는 아이오닉 시리즈다. 동급의 기아 EV9과 함께 고가 전기차 시장을 겨냥할 모델로 주목받는다. 가격대는 7337만~8397만 원인 EV9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휴대전화를 보급형과 플래그십 모델로 나눠서 출시하면서 다양한 고객층을 흡수하는 것처럼 전기차도 저가부터 고가까지 라인업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라며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넓어질수록 전기차 대중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