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인력난·정부 지원금 축소 등 악재
일본 시장조사기관 도쿄상공리서치에 따르면 5월 일본 전국 기업의 도산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3% 증가한 1009건으로 집계됐다. 약 11년 만에 처음으로 1000건대로 늘었다. 그중 종업원 10인 미만인 소기업이 90%를 차지했다.
물가 상승은 내수에 의존하는 소기업들을 옥죄는 주요 요인이다. 닛케이는 5월 물가 상승을 원인으로 한 기업 도산은 47% 증가해 87건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소기업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 비해 가격 전가력이 부족하다. 원자재 가격, 물류비, 인건비 등 비용이 늘어나도 쉽게 상품 가격을 올릴 수 없다는 의미다. 3월 일본 신용 금고업계인 조난신용금고가 약 8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원자재 등 원가 상승분을 모두 가격 전가할 수 있는 기업은 14%에 불과했다.
일본의 인력난도 소기업엔 넘을 수 없는 난관이다. 인건비 급등과 구인난 등을 이유로 한 도산은 2.3배인 28건으로 급증했다. 1~5월까지 누계 도산은 118건으로 같은 기간 조사를 시작한 13년 이래 처음으로 100건을 넘었다.
아울러 정부의 자금 지원 축소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닛케이의 설명이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도입한 중소기업 자금 지원책을 7월 이후 일부를 제외하고 종료한다. 4월에만 약 5만 개 기업이 신규 무이자·무담보 대출 상환기에 접어들었고, 5월에는 대출을 이용한 기업 도산이 16% 증가한 67건으로 늘었다. 이는 3월과 함께 월별 최고치다.
기록적인 엔저와 물가상승 압박으로 소기업들의 성장 투자 여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금융정보업체 데이코쿠데이터뱅크(TDB)가 4월 약 3만 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2024년도 설비투자 계획이 있다고 답한 중소기업은 44%로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19년(49%)보다 낮아졌다. 대기업은 74%로 약 2배가 넘는다.
도쿄상공리서치의 사카다 요시히로 정보부 과장은 “물가 상승과 인력 부족이 자금 지원책으로 버텨온 기업들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며 “수익성을 높이고 지원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느냐가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