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메디톡스 측이 휴젤을 상대로 낸 보툴리눔 톡신 제제 지적재산권 침해 소송에서 우선 휴젤의 손을 들어줬다. 휴젤이 분쟁의 승기를 잡으면서, ‘레티보’(한국 제품명 보툴렉스)의 미국 진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휴젤은 메디톡스 측이 제기한 ‘보툴리눔 톡신 의약품의 미국 내 수입에 관한 불공정 행위에 대한 조사’에서 ITC가 ‘휴젤의 위반 사실이 없다’라는 예비 판결을 내렸다고 11일 공시했다.
ITC 행정법 판사는 메디톡스 측이 제기한 ‘균주 절취’ 주장을 지지하지 않으며, 특정 보툴리눔 톡신 제품 및 그 제조 또는 관련 공정을 미국으로 수입할 경우 미국관세법 337조에 위반하는 사항은 없다고 판단했다.
관세법 337조는 수입 제품의 특허·상표권 침해 등 지적재산권 침해 사실이 입증되면 수입을 중단하도록 세관에 명령할 수 있단 내용이다. 휴젤 관계자는 “이번 예비 판결은 메디톡스의 휴젤에 대한 균주 절취 주장이 근거가 없음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메디톡스는 2022년 3월 휴젤과 휴젤아메리카, 휴젤의 미국 파트너사 크로마파마를 상대로 보툴리눔 톡신 균주와 제조공정 등 영업비밀을 도용했다며 미국 내 수입 및 판매금지를 신청했다. 이에 ITC는 휴젤의 불공정행위 여부 조사에 나서 2년여 만에 예비판결을 내놨다. 그 사이 메디톡스는 디스커버리 절차를 통해 휴젤이 제출한 증거를 확인하고 지난해 9월과 10월 균주에 대한 영업비밀 유용 주장을, 올해 1월 제조공정에 관한 영업비밀 유용 주장을 철회하면서 쟁점은 균주 절취로 좁혀졌다.
메디톡스는 예비판결에 큰 유감을 표하며, 최종 판결을 내리는 ITC 전체위원회에 재검토를 요청하기로 했다. 최종 판결은 올해 10월로 예정돼 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행정판사의 결정은 전체위원회, 미국 항소법원 및 대통령 등 상급기관을 포함한 결정 절차 중 단지 초기에 해당할 뿐”이라며 “모든 증거와 주장을 검토한 후 해당 제품에 금지조치가 내려질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은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 에볼루스를 상대로 제기한 균주 도용 소송의 예비판결과는 정반대 결과다. 당시 ITC는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주보’(한국 제품명 나보타)에 대한 10년 수입 금지명령을 내렸다. 최종판결에서는 21개월 수입 금지로 수위가 낮아졌지만, 에볼루스는 메디톡스·앨러간과 3자 합의를 거쳐 로열티 지급을 조건으로 미국 시장에 주보를 출시할 수 있었다.
최종판결에서도 ITC가 휴젤의 손을 들면 레티보의 미국 진출은 날개를 단다. 레티보는 올해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50유닛(Unit)과 100유닛에 대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시장조사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미국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2023년 기준 약 6조5000억 원(47억4000만 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2030년에는 9조 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세계 최대 시장이다.
휴젤은 이미 중국과 유럽 시장에 진출해 미국 출시까지 성공하면 국내 보툴리눔 톡신 기업 중 유일하게 세계 3대 시장(빅3)에 안착하게 된다. 휴젤 관계자는 “현시점에서 미국 진출 준비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