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징역 20년 벌금 500만 원 구형
전자장치 부착 명령 청구는 기각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20대 여성을 치어 사망에 이르게 한 운전자에게 마약류를 처방하고 환자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 염모 씨에게 징역 17년과 벌금 500만 원이 선고됐다.
13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제30형사부(강두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중강간,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혐의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염 씨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의사로서 프로포폴 등을 엄격히 관리해 사용할 의무가 있음에도 수십 차례에 걸쳐 환자들에게 단순한 수면 목적으로 이를 투약했고 그 과정에서 진료 기록도 제대로 기재하지 않았다”며 “이같은 피고인의 행위로 피고인의 병원에서 9시간을 머물며 9차례에 걸쳐 프로포폴을 투약한 신모 씨는 운전을 하다 행인을 치어 사망하게 하는 사고를 발생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의사라는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들을 성적 대상으로 삼아 강간, 유사강간, 강제 추행하고 그 과정을 촬영까지 했다”며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의료인 전반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실추됐다. 피고인은 히포크라테스 선서 중 가장 중요한 내용인 ‘의사는 환자에게 해를 입히면 안 된다’는 정언을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법원은 검사의 전자장치 부착 명령 청구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재범 위험성이 중간 정도로 나왔지만 점수가 그리 높지 않고 자신의 병원에 환자로 방문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특성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이 다시 이와 같은 범행을 저지를 거라는 개연성이 있음을 명확히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30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염 씨에게 징역 20년과 벌금 500만 원을 구형했다.
염 씨는 지난해 8월 2일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20대 여성을 쳐 사망에 이르게 한 신 씨에게 프로포폴과 미다졸람, 디아제팜, 케타민 등을 혼합해 투여하고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기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면 마취 상태에 있는 여성 환자 10여 명을 성폭행하고 이를 불법 촬영한 혐의도 있다. 지난달 말에는 불법 촬영 피해자 여성 중 한 명이 최근 사망했다는 소식이 알려지기도 했다.
한편 이른바 ‘롤스로이스남’으로 불리는 신 씨는 1월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피해자 유족은 검찰 구형과 동일한 징역형이 선고되자 항소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신 씨가 법원 판결에 불복하면서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4월 신 씨를 마약류 관리법 위반(향정),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