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공정위 과도한 개입…상품 배열 방식, 기업의 고유 권한”
업계 “추천 방식 손 볼 듯”…오프라인 유통가 영향 미미
쿠팡이 자체브랜드(PB) 상품 우대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법인 고발과 함께 1400억 원 규모의 과징금 제재를 받게 됐다. 전문가들은 공정위의 조치가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한 것이라면서 유통업계 PB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13일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은 PB 상품과 직매입 상품(자기 상품)의 판매를 늘리기 위해 검색 순위 알고리즘을 조작했다. 공정위는 쿠팡이 특정 상품에만 순위 점수를 가중 부여하거나, 실제 검색 결과를 무시하고 순위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으로 자기 상품을 랭킹 상단으로 끌어올렸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방식 도입된 2019년부터 쿠팡이 최소 6만4250개의 자기 상품을 검색 순위 상위에 고정적으로 노출시키면서 쿠팡에서 중개 상품을 판매하는 21만 개 입점업체는 자신의 상품을 검색순위 상위에 올리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쿠팡이 임직원을 동원해 PB 상품에 우호적인 상품 리뷰를 작성하도록 한 이른바 ‘셀프리뷰’도 문제 삼았다. 인지도가 낮거나 판매량이 적은 자기 상품의 검색 순위를 올리고,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허위 리뷰를 작성했다고 봤다.
이에 대해 쿠팡은 이날 입장문 내고 “국민들의 합리적 선택을 받은 쿠팡의 로켓배송이 소비자 기망이라고 주장하는 공정위의 결정은 디지털 시대의 스마트한 소비자의 선택권을 무시한 시대착오적이며 혁신에 반하는 조치”라며 즉각 반발했다.
그러면서 “로켓배송 상품을 자유롭게 추천하고 판매할수 없다면 모든 재고를 부담하는 쿠팡으로서는 더 이상 지금과 같은 로켓배송 서비스를 유지하기 어렵다”면서 “쿠팡이 약속한 전국민 100% 무료 배송을 위한 3조원 물류투자와 로켓배송 상품 구매를 위한 22조원 투자 역시 중단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공정위의 이번 결정이 기업의 상품 노출 전략에 대한 자율성을 침해한 과도한 조치라면서 유통업계 PB 사업도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판매 상품 배치 방식은 유통기업의 자체 고유 권한임에도 공정위가 기업의 자율성을 과도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본다”면서 “해외를 살펴봐도 기업의 제품 정렬 방식까지 강하게 관여하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고 했다.
김대종 세종부 경영학부 교수도 “온·오프라인 유통채널 모두 PB 제품을 우대해 배치하는 것은 업계 관행으로 기업의 자체 판단에 맡겨야 한다”면서 ”고물가 상황에 물가 안정에 기여해 온 PB 사업도 이번 일을 계기로 위축될 우려가 크고 PB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의 편의성도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통업계도 공정위 이번 조치로 불똥이 튀지 않을지 주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른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도 PB 브랜드를 전개, 이커머스의 경우 상품 검색 시 PB 제품이 상단에 노출하고 있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PB 상품이 상단에 뜨게 하기 위해 개입했다는 점이 이번 제재의 핵심 쟁점”이라면서도 “각 회사마다 자체 추천 알고리즘에 따라 상품 배열을 하고 있지만 쿠팡 제재 조치를 계기로 업계 전반적으로 추천 기술 점검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결정이 대형마트나 편의점 같은 오프라인 업체에는 영향이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가 온라인 플랫폼의 검색순위와 오프라인 매장의 진열은 전혀 다르다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진열의 경우 모든 상품 종류별로 탐색하기 쉽게 돼 있지만, 온라인은 등록된 모든 상품을 탐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검색에서 우선 노출된 상품 위주로 구매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날 공정위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위계에 의한 고객유인행위)에 따라 시정명령과 함께 14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쿠팡과 쿠팡의 자회사 씨피엘비(CPLB)를 각각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CPLB는 쿠팡의 100% 자회사로 쿠팡에 PB(자체브랜드) 상품을 납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