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자체가 '악의적인 감시'처럼 촬영돼
스필버그 감독 "최고의 홀로코스트 영화"
홀로코스트(Holocaust)를 소재로 한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의 '존 오브 인터레스트'가 예술영화로는 이례적인 흥행 속도를 보이고 있다. 개봉 열흘 만에 8만 관객을 돌파하며 N차 관람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14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날 기준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누적관객수는 8만2025명이다.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이 자행한 유대인 대학살을 일컫는 홀로코스트를 소재로 했다. 비극적인 역사를 다룬 예술영화라는 점에서 이번 흥행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영화는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의 관리를 담당하는 독일군 장교 루돌프 회스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루돌프 가족은 아우슈비츠 담장 너머 화려한 저택에 살고 있다. 유대인 학살이 벌어지는 잔혹한 현장에서 평화로운 생활을 이어가는 것이다.
글레이저 감독은 "가해자를 악당으로 묘사해 왔던 기존의 영화적인 묘사를 피하고 법의학적으로 바라보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진실에 최대한 가까워지는 것이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관객들이 영화 속 인물에 스스로를 투영하고 자기 자신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감독의 설명처럼 이 영화는 기존 홀로코스트 영화에서 익숙하게 봤던 유대인 학살 장면이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루돌프의 피 묻은 군화를 씻는 하인의 모습, 집에서 여유롭게 유대인 학살 계획을 세우는 군인들의 모습, 폭행당하는 유대인을 바라보는 루돌프 아들의 모습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묘사할 뿐이다. 잔혹한 장면 없이 역사의 비극을 가시화하는 것이다.
촬영 방식도 독특하다. 카메라는 거의 움직이지 않고, 고정된 상태로 저택에서 여유를 즐기는 루돌프 가족을 포착한다. 아니, 감시한다. 영화 자체가 나치가 사는 집의 빅 브라더, 즉 악의적인 감시처럼 보이길 원한 감독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물이다.
한편 '존 오브 인터레스트'가 흥행하면서 홀로코스트 소재의 영화들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쉰들러 리스트'(1993)가 대표적이다. 이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체코 출신의 독일계 사업가였던 ‘오스카 쉰들러’라는 실존 인물이 독일군으로부터 유대인을 구출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스필버그 감독은 폴란드계 유대인으로 알려져 있다. 자신의 정체성이 영화를 만들게 된 가장 큰 동력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스필버그 감독은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내가 본 홀로코스트 영화 중 최고의 작품이다. 특히 악의 평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라며 극찬했다.
예술영화로는 이례적 흥행으로 관객몰이를 하고 있는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제96회 아카데미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과 음향상을 수상했다. 제76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