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건설원가에 기반한 분양가 책정이 가능하도록 기본형 건축비 제도를 전면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7일 SH공사는 기본형 건축비에 가산비용과 택지비를 합해 분양가격을 산정하게 돼 있어 실제 투입된 공사비와 분양가격 간에 괴리를 발생시킨다며 이런 견해를 내놨다. 사업자가 공사비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위험을 피하려고 택지비를 과도하게 부풀리게 하는 부작용이 있다는 것도 근거로 들었다.
SH공사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총 건축비에서 기본형 건축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50% 안팎으로 분양가격 산정 기준 역할을 상실했다.
서울 민간분양단지인 A 아파트 전용면적 84㎡는 토지비용을 제외한 분양가가 5억7071만 원으로 책정됐는데 기본형 건축비가 2억8616만 원으로 50.1%를 차지했다. 나머지는 가산비와 선택품목 비용이다. 토지비용을 포함한 실제 분양가격은 13억5000만 원이다. 총분양가의 58%가량이 토지비용이란 의미다.
B 아파트와 C 아파트의 전용 59㎡는 기본형 건축비 비중이 각각 54.8%, 46.7%였다. 실제 분양가 중 토지비 비율은 각각 56%, 70% 수준이다.
SH공사가 2005년 이후 분양한 142개 단지의 분양원가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 당 평균 분양가는 360만 원, 건설원가(택지비+건축비)는 310만 원으로 50만 원의 이익을 얻었다.
㎡당 평균 분양이익 50만 원에서 택지비는 55만 원의 이익을 냈고 건축비는 5만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당 분양가격은 2005년 222만 원에서 2021년 600만 원으로 2.7배, 건설원가는 200만 원에서 394만 원으로 약 2배 상승했다. 분양가격 중 택지비는 3.85배, 건설원가 택지비는 1.83배 올랐다. 택지비 원가 상승분보다 분양가에 더 많은 택지비를 반영한 것이다.
분양가격 건축비는 1.81배, 건설원가 건축비는 2.07배 상승했다. 택지비와 반대로 원가를 분양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결과다.
SH공사는 공공주택의 후분양제 도입과 분양원가 공개 필요성도 주장했다. 주택은 일생에 한두 번 구매하는 고가의 상품이지만 선분양제에서는 상품을 볼 수 없는 대표적인 정보 비대칭 상품이라 이를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후분양제 도입 사업장은 실제 투입 원가를 알 수 있는 만큼 원가에 기반한 분양가 책정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최근 시민들은 고품질 주택을 요구하고 있으나 현행 기본형 건축비로는 이를 충족시킬 수 없다"며 "부실시공으로 인한 시민 피해 예방과 분양시장 투명성 확보를 위해 후분양제 도입과 원가 공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