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갑질 사각지대’로 여겨졌던 해외 하도급과 관련해 제도 개선에 나선다. 해외 기업은 물론 국내 기업에도 하도급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해 불공정행위를 막겠다는 취지다.
16일 관계부처와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하도급법의 역외적용 관련 정책 방향’에 대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이르면 다음 달 관련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해외 기업에 대한 하도급법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필요한 입법 과제를 발굴하는 것이다. 동시에 국내 기업의 해외법인은 물론 국내외 기업 간 합작사에도 하도급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 간 계약서 등을 살펴보고 이 과정에서 불공정한 부분이 있으면 하도급법에 따라 처벌 가능 여부를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도급법은 납품 단가나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 대금 미지급 등 원사업자의 각종 ‘갑질’에서 하청 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됐다. 하지만 현행 하도급법의 보호 대상은 국내 기업으로 한정돼 해외에서 이뤄지는 갑질에 대해선 법 적용이 쉽지 않다. 공정위 역시 하도급법의 보호 대상이 국내 기업이고, 가해 기업 역시 국내 기업으로 제한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이 같은 틈을 악용해 해외에서 불공정행위를 하는 기업들이 늘고 피해 사례가 잦아졌다.
이에 하청 업체가 국내 기업인 경우 국내법으로 분쟁을 다툴 수 있도록 하거나 애초에 조정, 중재, 소송 등 분쟁절차를 국내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공정위 역시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분쟁을 일으키면 국내에서 페널티를 주는 등 억제할 방안이라도 있어야 한다”며 “해외 진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과 이를 대비하기 위한 세밀한 설명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 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에서는 하도급법을 운용하는 국가가 거의 없는 점을 고려해 먼저 국내 원사업자와 국내 하청업자 간에 해외에서 벌어진 불공정 하도급 거래에 하도급법 적용 가능 여부를 조사한다. 국내 규범으로 집행돼 역외 적용에 대한 선행연구가 없었던 만큼, 국내 기업의 해외 현지법인에 하도급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를 포함해 제도적 보완이 가능한지도 살핀다. 이를 통해 하도급법 역외 적용을 담은 법 개정의 하반기 추진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하청업체에 대한 대금 기준 등을 조정하는 국가는 한국뿐인 데다 기업 거래나 활동을 제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간섭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내 법인이 아닌 해외 현지 법인과 연관된 경우 하도급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를 포함해 제도적 보완이 가능한지 검토하려는 것”이라며 “역외 적용을 무작정 확대하면 국내와 해외 법인 간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다양한 방면으로 제도 개선에 대한 의견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