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분할 오류, SK 명예 위해 상고 결정”
“최 전 선대회장 기여분 과소평가…왜곡 발생”
주식가치 산정 오류, 대법원 재판 쟁점될 듯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SK 서린사옥에서 열린 이혼소송 판결 관련 기자회견에서 “개인적인 일로 국민께 걱정과 심려 끼쳐드려 사과드린다”며 “직접 사과드리는게 맞다고 생각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이날 최 회장은 기자회견에 앞서 90도로 머리를 숙이며 사과했다.
최 회장은 지난달 30일 배우자인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과의 항소심에서 약 1조4000억 원대 재산분할을 결정한 이혼소송 이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서 재판 관련 입장을 밝혔다.
애초 오늘 기자 초청 자리는 최 회장의 이혼 소송 법률 대리인인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가 재판 현안에 관해 설명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최 회장은 이번 세기의 소송이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이 상정되는 등 예상보다 이목이 쏠리는 데 따른 입장 발표가 필요하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사법부 판단은 존중돼야 하지만 저는 이번에 상고를 결심했다”면서 “첫 번째로는 재산분할과 관련해 객관적이고 명백한 오류가 발견됐다. 그 오류는 주식의 분할 대상이 되는지, 또 얼마나 돼야 하는지에 대한 전제에 속하는 아주 치명적이고 큰 오류라고 들었다”고 했다.
최 회장과 SK 측은 항소심 재판부가 1998년 당시 대한텔레콤 주가를 1000원이 아닌 100원으로 잘못 계산하며 재산분할에서 노소영 측 기여분이 과대평가 됐다는 입장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1998년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 직전 당시 대한텔레콤 주식 가치를 주당 100원으로 측정했다. 이 과정에서 2번의 액면분할 거치며 최초 명목 가액의 50분의 1로 줄어든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게 SK 측의 설명이다.
최 회장 측 법률 대리인인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오류를 바로잡는다면 애초 재판부가 12.5배로 계산한 선대회장의 기여분이 125배로 늘고, 355배로 계산한 최 회장의 기여분이 35.5배로 줄어든다”고 말했다. SK의 계산이 받아들여진다면 약 100배의 왜곡이 발생한 셈이다.
SK 측은 최 회장의 기여분이 과대 측정되며 노 관장의 기여분도 함께 과대 측정돼 약 1조4000억 원이라는 세기의 재산분할액이 나왔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에서도 이 부분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어 최 회장은 “다른 이유로는 이미 아시다시피 SK의 성장이 불법적인 비자금과 제6공화국의 후광으로 이루어졌다는 판결 내용의 존재 때문이다”라며 “이는 SK의 역사가 전부 부정당하는 것으로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저뿐만 아니라 SK그룹 구성원 모두의 명예와 긍지가 실추되고 훼손됐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바로 잡고자 저는 상고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대법원에서 현명한 판단이 있길 바라고, 또 이를 바로잡아주셨으면 하는 간곡한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은 "그동안 회사 차원에서는 이번 소송에 대응하지 않아 왔다"면서 "하지만 항소심 판결문에 SK그룹이 6공의 후광에 힘입어 성장했다는 내용이 담긴 만큼, 이제는 회사 차원에서 대응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이혼소송 판결로 인해 SK그룹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이나 헤지펀드들의 위협이 거세질 수 있다는 질문에 대해 최 회장은 “SK는 지금까지 수많은 고비를 넘겨왔다”며 “이번 고비도 충분히 넘길 수 있는 역량이 있고, 적대적 인수합병이 시도되더라도 충분히 막을 역량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최 회장은 “앞으로 판결과 관계없이 맡은바 소명인 경영활동을 충실히 해 국가 경제 발전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