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유화 메시지…한미동맹 균열 노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잇따른 외교 행보를 통해 세를 불리고 나섰다. 북러 밀착관계를 강화하는 한편, 한미 동맹의 균열을 노리며 한국에 유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한국과 북한에 직항편을 포함한 하늘길 확대를 내세워 러시아의 외교적 고립을 타개하겠다는 전략도 담겼다.
17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알렉산더 코즐로프 러시아 자원부 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을 하루 앞두고 “북한과 러시아 직항 노선의 추가편성을 검토 중”이라며 “특히 노보시비르스크-모스크바-평양을 잇는 항공편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월에도 “북한과의 직항 노선 확대를 준비 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주변국과의 직항편 확대는 이를 앞세워 러시아의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는 한편, 미국과 주요 우방의 외교적 균열까지 겨냥한 행보하는 분석이 뒤따른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5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국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분쟁지역에 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하며 관계 개선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한국은 서방 국가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에 간접적인 방식으로 참여하면서 양국 관계는 냉각돼왔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것은 향후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 따라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의 발언 이틀 뒤인 7일 국제경제포럼(SPIEF)에 참석한 드미트리 체르니셴코 러시아 부총리는 직접적인 방향성까지 제시했다. 그는 “한국과의 직항노선 재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곧바로 한국과 북한 모두에 하늘길을 확대해 관계를 개선하는 유화 메시지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그러나 정작 외교가는 러시아의 이런 행보와 관련해 보수적인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푸틴의 발언 가운데 “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았던 한국”이 결국 무기 추가공급을 견제한 압박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항공 노선 재개를 앞세운 유화 메시지 역시 한미동맹에 균열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설도 뒤따른다.
결국 이 시점에서 ‘전략적 모호성’으로 악명이 높은 러시아의 메시지를 다양한 각도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는 분석 자료를 통해 “러시아는 한국을 겨냥할 때 항상 북한을 활용해 왔다”라며 “정상회담을 포함해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 강화 이면에는 늘 한국에 향한 러시아의 견제와 경고가 내포돼 있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