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같은 범죄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항소기각돼 1심에서 선고된 벌금 700만 원 형이 유지됐다.
19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5-2형사부(재판장 김용중 판사)는 구 전 대표 등 10명의 KT 전현직 임원인 피고인들에 대해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는 피고인들이 기부금을 송금한 시점을 업무상 횡령으로 보고 기소했는데, 사건의 경위를 봤을 때 KT가 부외자금을 ‘사용한 시기’가 아니라 ‘조성한 시기’가 업무상 횡령죄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통상적인 부외자금 조성과 달리 먼저 자금을 마련한 다음, 사후에 그 대금을 (피고인들이)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사건을 설명하면서 “그렇게 볼 경우 KT 부외자금을 조성한 이 모 씨와 피고인들 사이에는 기능적 행위지배가 없어 공모관계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기능적 행위지배란 공동 범행을 저지르기 위해 분업적인 협력을 하는 등의 행위를 의미한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구 전 대표의 업무상 횡령 혐의를 인정하고 벌금 300만 원의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전현직 임직원이라는) 직위나 경력에 비춰 봤을 때 개인 자금이 아닌 KT 법인 소유의 현금을 정치자금으로 기부한다는 사정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용인한 상태로 횡령에 가담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구 전 대표 역시 지난 4월 항소심 첫 재판에 참석해 “불법행위에 대해 충분히 반성하고 후회한다”면서 혐의를 인정했는데, 사건을 재심리한 항소심 재판부는 “기능적 행위지배가 없어 공모관계가 성립할 수 없다”며 업무상 횡령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달리 본 것이다.
검찰은 KT법인 내부에서 정부 기관, 국회 등을 상대하는 대외업무를 담당해 온 CR부문이 2014년 5월경부터 2017년 사이 상품권을 사들여 현금으로 바꾸는 이른바 상품권깡 방식으로 부외자금을 조성했다고 봤다.
이후 KT에 영향을 미칠만한 국회의원에게 임직원 명의로 각 100만~300만 원 가량씩 쪼개기 후원을 해 총 4억3800만 원의 정치자금을 불법으로 기부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구 전 대표는 이 과정에서 자신 명의를 부서에 빌려주는 방식으로 국회의원 13명에게 1400만 원을 송금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