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 ‘중국판 양적완화’ 만지작?…“국채 매매 검토”

입력 2024-06-20 14:23수정 2024-06-2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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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궁성 총재 “재정부와 협의…점진적 과정”
2014년 MLF 도입 이후 최대 개혁
“통화완화 아냐…유동성 관리 도구”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10년 만에 가장 큰 정책 도구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판궁성 인민은행 총재는 이날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루자주이 금융포럼’에서 “인민은행이 유통시장에서 국채를 매매하는 방안을 재정부와 협의하고 있다”며 “이는 점진적인 과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시행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해당 발언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작년 말 유동성 조절을 위한 국채 매입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이후 인민은행이 유통시장에서 국채 거래를 시작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30일 열린 중앙금융공작회의에서 “통화정책 도구상자를 풍부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인민은행은 공개시장 운영을 통해 국채 거래를 차츰 늘려야 한다”고 지시했다.

인민은행의 국채 매입 조치는 2000년대 초 이후로는 채택되지 않았던 정책 옵션이다. 인민은행은 그동안 프라이머리 시장에서 국채를 직접 거래하지 않았으며 유통시장에서도 거래를 자제해왔다. 대신 국채를 담보로 금융기관에 다양하게 대출하는 방법으로 유동성을 주입하거나 지급준비율(RRR·지준율)을 인하하는 등의 방식을 활용했다.

판 총재의 말대로 인민은행의 국채 거래가 재개되면 20여 년 만에 통화정책 도구가 부활하는 것이며, 10년 만에 자금 관리 방식에 큰 변화가 찾아오는 것이다. 싱 자오펑 호주뉴질랜드은행(ANZ) 수석 중국 전략가는 “이는 향후 몇 년 동안 통화정책의 목표와 정책수단 개혁을 분명히 나타낸다”며 “상업은행과 정책은행에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가 도입된 2014년 이후 가장 큰 개혁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침체된 중국 경제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채권 거래는 더 많은 시장 참여자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유동성 관리에 있어 더 효과적인 정책 수단이 된다. 홍콩BNY멜론의 위쿤총 수석 아·태지역 전략가는 “인민은행이 국채 거래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며 “인민은행의 잠재적 참여는 시장 유동성을 개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이는 정부가 경제를 지원하기 위한 투자나 지출을 위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인민은행의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이는 지방 당국이 재정 압박으로 인해 부동산 불황과 디플레이션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경제를 뒷받침할 여력이 위축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도구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인민은행이 국채를 직접 매매해 유동성을 조절하는 것은 서구권의 양적 완화를 떠올리게 한다. 다만 판 총재는 이번 조치가 양적 완화가 아니라고 일축했다. 그는 “대규모 통화 완화의 형태는 아닐 것”이라며 “인민은행의 채권 거래는 매수와 매도를 모두 포함하는 유동성 관리 도구가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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