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보다 사망자 6배 이상 늘어나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파하드 알잘라젤 사우디아라비아 보건장관은 이날 국영TV에서 하지 기간 온열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의 숫자가 총 1301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사망자 숫자인 약 200명에서 6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현지 외교관들에 따르면 사망자 중 최소 600명은 이집트 출신이다.
올해 성지순례 사망자 관련 공식 집계는 19일 하지 일정이 끝난 지 닷새 만에 처음 공개됐다. 사망자 중 상당수가 신분증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신원 확인과 시신 처리에 시간이 필요했다고 알잘라젤 장관은 설명했다.
그는 “사망자 가운데 중 83%가 사우디 당국의 순례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고, 이들은 땡볕 밑에서 제대로 된 휴식처나 회복 없이 먼 거리를 걸어서 이동했다”며 “숨진 사람 중 다수가 고령이거나 만성 질환을 앓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 시기는 이슬람 달력에 따라 결정돼 매년 열흘씩 어긋나는데, 이따금 여름철과 겹치기도 한다. 올해에는 낮 최고 기온 50도를 넘는 치명적인 불볕더위 시기와 맞물리면서 사망자가 속출했다. 올해는 순례자가 약 180만 명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이슬람 하지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연구기관 클라이밋 애널리틱스의 칼 프리드리히 슈뢰이너 과학고문은 “아라파트 산 등산과 같은 하지의 중요한 부분이 인간 건강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기후 분석 과학자 파하드 사이드와 슈뢰이너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 기온이 산업혁명 이전보다 1.5도 상승하면 하지 순례자의 열사병 위험은 5배 증가한다. 1.5도 상승은 2030년대에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기상학회에서 2021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사우디는 지난 40년간 북반구 다른 지역보다 50% 더 빠른 속도로 온난화됐으며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에어컨을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생존이 불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