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커뮤니티 기능이 '사과문 게재'를 위한 공간으로 변모했다는 비아냥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수십만~수백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대형 유튜브 채널들이 잇달아 유튜브 커뮤니티에 사과문을 올리고 해명에 나선 것을 비꼰 말입니다.
최근 약 138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싱글벙글'이 유튜브 커뮤니티에 "진심으로 사죄한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군인을 조롱하는 듯한 상황과 대사가 담긴 영상으로 '군인 비하' 논란에 휩싸인 후 고개를 숙인 겁니다.
육군 제12보병사단 신병교육대 훈련병 사망 사건 등으로 군인 처우와 관련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상황이라,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더욱 컸습니다.
사회적 흐름을 읽지 못해 대중의 손가락질을 받은 채널은 '싱글벙글'뿐만이 아닙니다. 파장도 큰데요. 영상 댓글 창이 비난으로 도배되고, 뉴스를 타거나, 구독자 수십만 명이 며칠 사이 사라진 사례가 숱합니다.
경솔한 언행으로 논란을 빚고, 여론을 의식해 황급히 사과에 나서는 유튜버들이 잇따르면서 유튜브 웹 예능의 한계도 거론되는 실정입니다. 웹 예능이기에 가능한 포맷, 주제에 열광했던 이들도 '선을 넘었다'고 지적하면서인데요. 최근 논란을 빚고 고개를 숙인 대형 유튜버들을 살펴봤습니다.
유튜브 채널 '싱글벙글'의 군인 비하 논란은 23일 게재된 '나 오늘 전역했다니까'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불거졌습니다.
이 영상은 강원도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제대해 집에 돌아온 주인공이 다시 군에 입대하는 악몽에 시달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마사지기 광고가 포함된 이 영상에서 주인공의 가족들은 집에서 마사지기를 사용하다가 "군대 가면 다리 아플 텐데 마사지기라도 좀 가져갈래?"라고 묻습니다. 또 "얘는 군대 참 좋아해", "제품이 좋으면 뭐하니. 군대 가면 쓰지를 못하는데" 등의 대사가 이어졌죠.
일부 네티즌들은 이 영상의 내용이 군인 비하·조롱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해병대 채상병 순직, 육군 제12보병사단 신병교육대 훈련병 사망 사건 등 군대 관련 이슈가 잇달아 발생한 바 있는데요. 국민적 관심과 군인 처우 개선에 대한 요구가 높은 상황에서 이 같은 내용의 영상을 기획하고 게재한 탓에 비판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특히 문제가 된 대사를 여성 배우들이 맡으면서 여성 혐오 발언까지 이어졌습니다. 유튜브 영상 댓글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여자는 군 생활이 힘든 줄도 모르고 조롱이나 한다" 등 여성을 비난하는 댓글이 다수 달렸죠.
논란이 커지자, 채널 측은 해당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습니다. 이튿날인 24일에는 채널을 운영하는 코미디언 이두현, 최지명이 유튜브 커뮤니티에 사과문을 올리고 "군필자로서 문제의식이 부족했다"며 "사회적 이슈인 (군 사망 관련) 사건이 연상될 수 있는 영상으로 유족들께 상처를 입히고 시청자분들께 불쾌감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현재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계시는 국군장병들과 모든 군 관계자분께도 진심으로 사죄한다"며 "저희의 애초 기획 의도와는 다르게, 해당 영상이 누군가에게는 불쾌감을 줄 수 있고, 상처가 될 수 있는 점을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는데요. "(문제가 된 대사를 소화한) 배우 이유미, 이송경과 협찬사인 코지마는 논란에서 배제해주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덧붙였죠.
이 채널에 광고를 맡긴 업체도 논란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습니다. 마사지기로 유명한 종합 헬스케어 기업 코지마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광고의 기획 및 노출은 광고대행사와 유튜브 채널 간에 이뤄졌지만, 협찬사로서 사전에 문제 파악을 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광고대행사에 법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전했죠.
구독자 171만 명을 보유한 '노빠꾸 탁재훈' 채널도 빠질 수 없습니다. 최근 걸그룹 멤버에게 성인용 영상물(AV) 배우를 직업으로(?) 추천하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선을 넘어도 너무 넘었다'는 비판이 쏟아졌죠.
19일 해당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에는 일본인 AV 종사자가 게스트로 출연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는 그룹 시그니처 멤버 지원에게 "(일본에서) 인기가 많을 것 같다. 몸매가 좋으니까"라면서 "꼭 데뷔해달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진짜 톱배우가 될 수 있게 도와주겠다"고도 했죠.
지원은 "한국에서 배우로 데뷔하긴 했다"고 웃음과 함께 상황을 정리하려 했는데요. 탁재훈은 "그거랑 다르다"고 받아쳤고, 또 다른 게스트 다나카는 "센빠이(선배)"라면서 동조했습니다.
이 장면에 네티즌들은 "성희롱"이라면서 강한 비판을 내놨습니다. 제작진은 편집으로 해당 장면을 삭제했으나, 캡처본이 온라인상에 빠르게 확산하면서 논란이 커졌죠.
채널 측은 "녹화 현장에서 지원에게 질문한 내용이 잘못됐음을 인지하고 탁재훈이 만류했으나 현장의 재미만을 위해 편집 과정에서 탁재훈의 의도가 드러나지 않게 편집이 된 점에 대해서도 탁재훈에게도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해명했으나, '불법·음지 영역을 양지 문화로 포장하지 말라'는 비판은 여전합니다. AV 산업이 야기하는 문제는 외면하고 AV 배우에 대한 욕망만 구체화한다는 지적이죠.
해당 논란이 사그라지기도 전인 21일에도 실언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당시 게스트로는 그룹 카라 멤버 니콜이 출연했는데요. 탁재훈은 32세인 니콜을 "노땅"이라고 지칭하는가 하면, "카라는 오랜 세월이 지나지 않았나. 신곡이 별 반응이 없지 않았나. 헛수고하지 않았나. 신나지도 않은데 다 노땅들"이라며 "지금 새로운 아이돌 그룹이 올라오고 있는 거 모르냐. 뭐하는 거냐. 아줌마들끼리 모여서"라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11일 올린 영상으로 '지역 비하' 논란을 빚은 '피식대학'에 대한 여론은 여전히 싸늘합니다.
당시 영상에서 '피식대학' 멤버들은 "이런 지역 들어본 적 있냐. 여기 중국 아니냐"는 등 지역 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았고, 방문한 제과점에서는 "할머니가 해준 맛, 못 먹으니까 그냥 막 이렇게 먹는 것"이라고 평가했고, 특산물인 재래식 블루베리 젤리를 맛본 뒤 "할머니 살을 뜯는 것 같다"고 말해 모두를 경악하게 했습니다.
'피식대학'은 해당 영상을 올린 후 일주일 만인 지난달 18일에야 영상을 비공개 처리, 유튜브 커뮤니티에 사과문을 올려 "저희의 미숙함으로 인해 피해를 보신 모든 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일주일 동안 무시하다가 뉴스 타니까 부랴부랴 사과한 거 아니냐", "기본 예의는 지키고 삽시다" 등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무려 318만 명이 넘던 구독자 수는 논란 직후 하락세에 접어들었는데요. 논란 일주일 만인 지난달 18일에는 313만 명으로 줄었고, 24일에는 301만 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28일에는 300만 명 선도 깨졌고, 현재 구독자 수는 294만 명입니다. 논란 이후 24만 명가량이 '구독 취소'를 누른 거죠.
유튜브 콘텐츠의 장단점은 명확합니다. 기성 매체와 비교했을 때 방송 심의 등 제약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건데요. 덕분에 TV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볼 수 없었던 주제나 소재, 출연자들을 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잇따르는 논란의 공통점은 표현의 자유가 대중의 선까지 넘었다는 겁니다.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내용이 담긴 콘텐츠가 아무런 문제의식이나 제재 없이 송출되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거죠.
1993년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박명수는 솔직하면서도 유쾌한 입담으로 TV 예능과 웹 예능을 막론하고 여전히 맹활약 중입니다. 그는 '피식대학'의 지역 비하 논란이 불거진 후 '박명수의 라디오쇼'에서 "후배들이고 열심히 한다는 의미에서 뭔가 재밌게 하려고 하다 보니 그런 실수를 한 것 같은데, 코미디언들은 기본적으로 '어느 선까지는 꼭 지켜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면서도 "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있다. 나 또한 '아무리 금전적인 이득이 있어도 거기까지는 가지 않겠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다. 남을 폄하하고, 남의 가슴에 못을 박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말은 많은 네티즌들의 공감을 자아냈죠.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연합뉴스를 통해 "유튜브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같은 경우에는 자율 규제에 의존하게 되는데, 새로운 시도를 통해 자극적인 방식으로 관심을 끌려고 하다 보니 혐오가 만연하거나, 무례한 내용이 필터링 없이 방송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는데요. 그는 "코미디는 권위에 맞서 강자들을 풍자할 때 빛이 되는데, 그 비판이나 조롱의 칼날이 약자에게 향한다면 그것은 코미디가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