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선 IBK기업은행 금융소비자보호그룹 부행장 "자기주도적 역량ㆍ자신감 갖춰야" [금융권 유리천장 깬 여성 임원 ⑧]

입력 2024-07-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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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경험ㆍ전문성 두루 갖춘 리더…성과 비결은 ‘자신감’
“여성, 리더로서 자기 확신 필요…나만의 역량 갖춰야”
금융소비자보호그룹 목표는 “안전한 금융환경 만들 것”

‘여풍(女風)’, ‘우먼파워(Woman Power)’. 사회에 진출한 여성들의 활약상을 일컫는 말이다. 전통적으로 남성들만의 분야로 여겨온 여성 금기 분야에 진출한 여성이나 리더십을 지닌 여성 지도자의 사회적 영향력을 지칭할 때 사용한다. 대표적인 업권이 금융업이다. ‘방탄유리’라 불릴 정도로 보수적인 금융권에서 ‘최초’ ‘1호’ 타이틀을 단 여성 임원과 부서장 등 여성 인재의 활약으로 견고했던 틀이 서서히 깨지고 있다. 본지는 남성 위주의 조직문화가 강한 금융권에서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유리천장을 깬 여성 리더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성공 과정과 2030 여성 금융인 후배들에게 전하는 솔직 담백한 조언을 담고자 한다.

▲오은선 IBK기업은행 부행장이 18일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오장군’. 오은선 IBK기업은행 금융소비자보호그룹 부행장이 여성 행원 최초로 기업금융 팀장으로 활약했을 당시 붙은 별명이다. 오은선 부행장이 1990년 기업은행에 처음 입사했을 때만해도 ‘남성은 여신·외환, 여성은 예금’이라 수식이 자연스러웠을 때였다. 당연히 입행때부터 성별에 따라 직무도 결정됐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여성, 남성이란 구분 자체를 배제하고 은행 직원으로서 일하기를 원했다. 다행히 은행업무는 오 부행장에게 천직이라고 할 정도로 잘 맞았다. 그는 스스로 직무를 구별하지 않고 도전했고, 일을 배우는 것 자체를 즐겼다. 무엇보다 새로운 역할이 주어질때 마다 그에 적합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했다.

그 결과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기업여신 업무에서 뿐만 아니라 외환전문가로 인정받으며 외환사업부장으로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기업은행의 ‘여성 리더’로서 꾸준히 길을 다져온 오 부행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여성으로서 첫 타이틀은 무거운 책임감을 갖게 한다”면서 “리더로서 그에 맞는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오 부행장은 여성 후배들에게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누군가 앞서 가지 않았던 길을 간다고 해서 주눅들 필요는 없다”면서 “‘잘 될거야’ 라는 긍정적 사고방식과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하는 자기주도적 삶이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기업금융 팀장을 맡았을 때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13년 전 처음 기업금융 분야에서 팀장 타이틀을 달고 대출 상담을 위해 기업 대표를 만났는데 당연스럽다는 듯 나를 자산관리 쪽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여성 인력 대부분이 PB 등 자산 관리 쪽에 포진돼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나만의 역량과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었다”고 했다.

오 부행장은 “대출 상품을 판매를 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대출 상품 뿐 아니라 해당 기업에 대한 분석과 업종 현황은 물론 향후 전망과 그에 따른 투자 방향까지 그야말로 종합적인 포트폴리오를 준비해 갔다”면서 “상담이 진행될수록 달라지는 상대방의 눈빛과 태도를 보면서 성별보다는 한 사람의 능력으로 평가받는 변화를 경험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 과정에서 여성 특유의 섬세함은 강점이 됐다. 그는 아직까지 자신의 수첩에 고객은 물론 함께 일했던 직원들의 이름과 만남의 과정을 빠짐없이 손글씨로 메모하고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이뤄진 촘촘한 고객관리는 고객의 숨은 니즈까지 만족시키며, 고객신뢰를 쌓을 수 있는 초석이 됐다.

▲오은선 IBK기업은행 부행장이 18일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하지만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사회적 편견이나 조직 내 불평등은 존재한다. 오 부행장도 “여성 임원비율이 증가하고 있지만, 여성이 경영진으로 올라가는 과정에 장애물은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은행을 포함해 금융권에는 적극적이고 실력이 출중한 여성 직원들이 매우 많다”면서 “성별에 관계없이 능력 있는 직원은 경영진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앞으로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있다”고 피력했다. 이어 “기업은행도 과거에는 특유의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갖고 있었다”면서 “그러나 2013년 우리나라 최초 권선주 전 행장이 여성 은행장으로 취임하면서 점차 성별보다 능력과 성과를 중시하는 분위기로 변화하고 있음을 체감했다”고 설명했다.

여성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확언했다. 오 부행장은 “여성에 대해 객관적으로 능력을 판단하고 반영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무엇보다 충실하게 준비하는 본인의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8년 금융소비자보호부장으로 현재 기업은행의 소비자의 보호에 대한 초석을 다지고 올해 다시 부행장으로 조직에 돌아온 그는 앞으로의 당찬 포부도 밝혔다.

오 부행장은 “영업점 현장에서 오랜 기간 고객들을 직접 만나며 쌓아온 경험은 소중한 자산이 됐다”면서 “그 자산을 활용해 소비자에게 안전한 금융환경을 만들어 드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특히 그는 고객의 소리를 적극 반영해 IBK발전의 자산으로 활용하기 위한 ‘고객의 소리 자산화’를 추진 중이다. 오 부행장은 “600건이 넘는 고객 불만과 제도개선 사항을 발굴해 기업은행만의 고객보호 제도를 만드는데 반영했다”면서 “실제 이 사업을 추진한 이후 칭찬은 증가하고 불만은 감소하는 방향으로 바뀌는 긍정적 효과를 봤다”고 뿌듯해했다.

그는 “현재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 디지털 전환, 보이스피싱 등 그 어느 때보다 금융소비자의 권익보호가 중요한 시기가 됐다”면서 “기업은행의 금융소비자보호 총괄책임자로서 소비자에게 안전하고 따듯한 금융문화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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