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탐구생활]"IB의 살아있는 역사", 윤병운 NH투자증권 사장

입력 2024-06-30 10:28수정 2024-06-3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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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기업금융 한 우물 판 전문가
과거 ‘LG 유증’ 단독 주관으로 존재감
국내 유수기업 지배구조 자문 역사도
‘농협 정신’으로 일손·봉사 발벗고 나서

▲윤병운 NH투자증권 사장 (NH투자증권)

기업금융(IB) 달인.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다 보니 그렇게 됐단다. 하나의 딜(거래)을 따내기 위한 밤낮없이 일하는 삶 속에서 ‘바로 가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었던 적도 있다. 때로는 고액 연봉을 주겠다는 외국계 금융사의 유혹도 있었다. 하지만 뿌리쳤다. 철새 같은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NH농협금융그룹만큼 자유롭게 생각과 뜻을 펼칠 수 있는 곳도 없었다. 이제 갓 취임 100일을 앞둔 새내 최고경영자(CEO)지만 IB 분야만큼은 20년간 한 우물을 판 전문가, 윤병운 NH투자증권 사장 이야기다. 그의 이력을 통해 자본시장의 흥망성쇠 역사를 엿볼 수 있었다.

◇증권사 영업맨이 천직=“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일을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 윤 사장에게 1993년 공채로 입사해 NH투자증권 사장까지 오게 된 비결을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LG투자증권이 우리투자증권으로, 또 NH투자증권으로 강산이 두 번 변하는 시간동안 하는 일 자체가 재밌어서 몰입했다는 설명이다. 그에겐 증권사 IB 영업맨이 ‘천직’이었다.

그는 정영채 전 NH투자증권 사장과 함께 국내 IB 시장의 살아있는 역사로 통한다. 국내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해 왔다는 것이 윤 사장의 자부심. 기업공개(IPO)나 증자, 회사채 발행 및 유상증자, 인수합병(M&A) 등을 돕는 게 IB 업무인 만큼 기업의 건전한 산업자본 조달 과정에서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최근 화두가 된 ‘밸류업(가치 제고)’에도 마중물 역할을 한 것 같다는 게 그의 생각. 과거 은행 차입금에 의존하던 국내 기업들은 외환위기 이후에야 IB 영역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보람도 많았다. 2011년 우리투자증권 시절 LG전자 유상증자 건은 그의 존재감이 돋보인 사례로 꼽힌다. 당시 해당 건은 전체 시장 규모의 3분의 1에 해당할 정도의 빅딜이었던 만큼 경영진의 반대가 극심했다. 대형 딜은 외국계가 독식하던 시기, 실패로 돌아갈 것을 우려해서다. 윤 사장은 “안될 게 없다”며 발로 뛰며 만든 분석 자료로 경영진 설득에 나섰다. 그리고 단독 주관으로 딜을 성공시켰다. 그 인연을 바탕으로 2017년에는 국내 최초로 LG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을 진행하기도 했다.

◇문전박대에도 칠전팔기 정신=쉽지만은 않았다. IB 담당자는 기업 오너, 최고경영자(CEO)와 친분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자금 등 민감한 내용을 다루기 때문이다. 경영·경제학과 출신이 아닌 그에겐 화려한 인맥이 없었다. 그런데도 끊임없이 회사(고객사)로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 입구에서 문전박대를 당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그럴수록 더 오기가 생겨 열심히 찾아갔다”는 윤 사장. 그는 결국 열 번 찍어 나무를 쓰러뜨렸다.

덕분에 NH투자증권은 SK·롯데·LG·포스코·한화·두산·현대중공업 등 다양한 주요 그룹사 지배구조개편 자문 트랙 레코드를 보유하게 됐다. 롯데·현대차그룹 등 주요 그룹사들의 기업지배구조 투명화 및 선진화에도 그의 손길이 닿아 있다.

최근 NH투자증권이 ‘공개매수의 명가(名家)’란 애칭을 얻은 것도 그의 노력 덕분이다. 지난해 오스템임플란트 패키지딜이 대표적이다. ‘인수금융→공개매수→상장폐지’로 이어진 딜은 인수금융(1조2000억 원) 부문 역대 최대 규모이자 자본시장 최초로 추진된 패키지 딜이었다.

윤 사장은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거침이 없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도 부쩍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자본시장의 역할이라 보기 때문이다. 이사회나 NH농협금융그룹 경영진과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 논의하고 주주 및 시장참여자와 국내외 기업설명회(IR), 실적설명회 등을 통한 소통 강화로 주주가치 제고 효과를 높일 생각이다. 투자자들을 위한 거래 인프라와 다양한 상품도 개발할 예정이다.

◇농협과 동행…시너지 극대화 =“중요한 국가 기간산업인 농업 발전에 기여하겠다.” 윤 사장은 올해 3월 취임할 때부터 농협인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실천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며 “농협그룹내에서 협업과 상호 레버리지를 추진하고 상생과 협동의 가치를 실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농협의 신경분리(금융과 경제사업 분리) 기조에서도 범농협 차원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다.

윤 사장은 범농협그룹의 일원으로 진행되는 농촌 일손돕기 등 봉사활동에도 발 벗고 나선다. 지난달 경기도 안성에 있는 농협 안성팜랜드에 방문해 축산환경개선 작업에 직접 참여했다. 또 인천 검단지역 포도농가도 방문해 포도 봉지 씌우기 등 부족한 일손을 도왔다.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라는 그의 철학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는 최근 사랑의나눔 헌혈 행사에서 임직원 120여 명과 함께 직접 헌혈에 참여했다. 이어 소아암 어린이를 위해 한국소아암재단에 5000만 원 상당의 후원금과 물품을 전달했다. 윤 사장은 앞으로도 사회적 책임경영이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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